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 총선 승리…유럽 주요국 속속 극우 접수

입력 2024-09-30 11:10
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 총선 승리…유럽 주요국 속속 극우 접수

'反이슬람·反이민' 나치 계열 자유당, 득표율 29.2%로 2차 대전 이래 첫 승리

네덜란드·프랑스 극우도 '반색'…이민자 단체 "인종차별 정상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나치 계열의 극우 자유당이 29일(현지시간)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공식 승리하면서 유럽의 주요국들에서 극우 돌풍이 계속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날 AP 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총선 공식 예비 집계 결과 자유당은 29.2%를 득표해 1위에 올랐다.

칼 네함머 총리가 이끄는 중도 보수 성향의 국민당은 득표율 26.5%로 2위를 기록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이 21%로 그 뒤를 이었다.

오스트리아에서 극우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래 처음이다.

헤르베르트 키클 자유당 대표는 출구조사가 나오자 승리를 선언하며 "자유당이 총선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우리는 오스트리아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1950년대 나치 부역자들이 세운 극우 정당인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이민자 범죄에 대한 두려움, 높은 인플레이션, 코로나19 시기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 등을 이용해 세를 불렸다.

친러시아, 반이슬람 성향으로 분류되는 키클 대표는 지난 7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긍정당 대표 등과 극우 노선 연대체인 '유럽을 위한 애국자들' 창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자유당은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해 연정을 위한 파트너가 필요하게 됐다.

현재 네함머 총리가 이끄는 국민당을 제외하고는 모든 정당들이 자유당과 함께 연정을 구성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네함머 총리는 자유당과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고 있지만 키클 대표를 총리로 임명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이에 자유당이 연정 구성을 위해서는 당 대표인 키클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오스트리아 총선 결과는 최근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에서 극우 세력이 속속 득세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해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극우 성향 자유당이 승리했으며, 그에 앞서 2022년 9월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는 조르자 멜로니의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승리했다.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강경 우파와 극우 정당이 의석수에서 2위를 차지하며 '극우 열풍'을 입증한 바 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극우 국민연합(RN)이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제1당이 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2차 투표에서 좌파와 범여권 연합에 가로막혀 3위로 밀려난 바 있다.

이달 초 치러진 독일 지방의회 선거에서는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나치 독일 이후 처음으로 지방선거에서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유럽 곳곳의 극우 지도자들은 이날 오스트리아 총선 결과를 일제히 반기고 나섰다.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와 알리스 바이델 독일대안당 공동대표는 이날 총선 결과가 나오자 키클 대표에게 축전을 보냈다.

프랑스 국민연합의 조르당 바르델라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스트리아 자유당의 승리를 예상했다면서 "자유당이 만들 정부는 국가의 주권과 번영, 정체성을 최우선순위로 삼을 것"이라고 적었다.

반면 공공연히 반이슬람, 반이민 성향을 드러내 온 극우 자유당의 승리에 이민 단체들은 걱정에 잠겼다.

조지타운대에서 이슬람 혐오 현상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파리드 하페즈 수석 연구원은 가디언에 최근 자유당이 유럽 내 이민자를 강제 송환해야한다고 주장한 발언이 오스트리아에서는 별다른 논란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극우 세력이 만들어낸 인종차별의 '정상화'이며, 오스트리아 일상 정치에서 매우 평범한 일이 됐다"고 우려했다.

아직 나치의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과거 청산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오스트리아에서 나치 계열의 극우 정당이 주류 정치계로 부상한 것에 유대계 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스트리아 유대인 위원회의 랍비 야코브 프렝켈는 이번 선거가 "진실의 순간"을 보여줬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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