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신세계건설 살리기 초강수…상폐로 구조조정 속도

입력 2024-09-30 11:03
이마트, 신세계건설 살리기 초강수…상폐로 구조조정 속도

공개매수로 지분 95% 이상 확보…오는 11월중 상폐 의결

의사결정 단순화해 경영정상화 잰걸음…책임경영 의지 분석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이마트[139480]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자회사 신세계건설[034300]의 자발적 상장 폐지를 추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마트는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인 신세계건설 주식의 공개 매수 건을 승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30일간 신세계건설 기명식 보통주식 212만661주(발행주식총수의 27.33%)를 공개 매수할 예정이다.

이마트가 가진 보통주 546만8천461주(70.46%)와 신세계건설 자사주 17만1천432주(2.21%)를 제외한 나머지 주식을 모두 사들여 자발적 상장 폐지 요건인 대주주 지분 95%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매수가는 주당 1만8천300원이다. 이사회 의결 전인 지난 26일 종가(1만5천370원)보다 19%가량 높은 액수다. 총매수대금은 388억여원이다.

이마트가 신세계건설의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우선 신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신세계건설[034300]의 지분을 100% 확보해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수익성에 중점을 둔 사업 구조 개편과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신세계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2022년 이후 2년 연속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이마트 실적 악화의 최대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신세계건설의 부실로 신세계그룹의 주력인 이마트마저 제 가치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그룹 전체가 동반 침체에 빠지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깨려면 최대한 빨리 신세계건설의 부실 사업을 털어 수익 구조를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대주주의 '책임 경영' 의지와도 맥이 닿는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부터 유동성 위기가 부각된 신세계건설에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을 지속해왔다.

이를 토대로 신세계건설은 올해만 1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 건전성을 크게 높였다. 부실 사업장 정리를 포함한 사업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신세계건설의 경영을 하루빨리 정상화하겠다는 그룹 수뇌부 의지가 강하다"며 "자발적 상장 폐지도 그러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신세계건설 주식을 보유한 주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 구조조정을 하려면 대위 변제나 채무 보증 이행 등에 따른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고 이는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된다. 그 피해를 대주주가 떠안아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고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시장도 이번 조처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신세계건설 주가는 이날 오전 한때 전 거래일 대비 14.3% 오른 1천8천340원에 거래됐다.

최근 1개월 또는 최근 1년간 평균 주가 기준으로 30% 가까이 높은 금액에 공개 매수에 나선 게 호재로 작용했다.

다만, 이마트가 기한 내에 목표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해진 공개매수 금액 이상의 시장가가 형성될 경우 자발적 상장 폐지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수도 있다.

이마트는 공개 매수로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면 오는 11월 중 신세계건설 주주총회를 소집해 자발적 상장 폐지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