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도 극우 득세…나치 계열 자유당 제1당 유력(종합)

입력 2024-09-30 04:13
오스트리아도 극우 득세…나치 계열 자유당 제1당 유력(종합)

"2차 대전 뒤 극우당 첫 집권 가능성…연정 구성은 불투명"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유럽을 휩쓴 극우 열풍이 오스트리아 총선까지 집어삼켰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 자유당이 극우 정당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유당은 29.1%를 득표해 칼 네함머 총리를 배출한 중도 보수 성향의 국민당(26.2%)을 약 3%포인트 차로 앞설 것으로 예상됐다.

중도 좌파 성향인 사회민주당(20.4%), 진보 성향의 네오스(8.8%)와 녹색당(8.6%)이 그 뒤를 이었다. 총선 투표율은 약 78%를 기록했다.

출구조사 발표 뒤 헤르베르트 키클 자유당 대표는 총선 승리를 선언했고, 네함머 총리는 총선 패배를 인정했다.

키클 대표는 공영방송 ORF와 인터뷰에서 "오늘 유권자들은 이 나라에서 지금까지와 같은 상황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우리는 정부를 이끌 준비가 돼 있고, 시민들과 함께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당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가 예상되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해 연정을 위한 파트너가 필요하다.

네함머 총리는 자유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과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키클을 총리로 임명할 수는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사회민주당, 네오스, 녹색당 역시 키클 대표와의 연대를 배제하고 있어서 자유당이 연정 구성을 위해 당 대표인 키클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망했다.

정치학자 피터 필츠마이어는 ORF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주 동안 자유당 지지자들에게 중요한 것이 총리직인지 키클인지 알게 될 것"이라며 "이번 선거를 이끈 것은 인물이 아니라 이슈였다"고 말했다.

자유당은 1950년대 나치 부역자들이 세운 극우 정당이다. 줄곧 비주류에 머무르다가 2017년 총선에서 제3당으로 도약했다.

키클이 대표가 된 이후에는 이민자 범죄에 대한 두려움, 높은 인플레이션, 코로나19 시기 정부의 엄격한 조치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최대한 활용해 1당 도약을 눈앞에 뒀다.

키클 대표는 "오스트리아를 (게르만족의) 요새로 만들겠다"며 강력한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 등을 주창하고 있다.

자유당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지난 주말 당원들이 나치 친위대가 즐겨 부르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친러시아, 반이슬람 성향으로 분류되는 키클 대표는 지난 7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긍정당 대표 등과 극우 노선 연대체인 '유럽을 위한 애국자들' 창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극우 정당의 확장은 유럽 전반의 흐름이다.

지난해 네덜란드 총선에서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극우 성향 자유당이 1위를 차지했고, 그에 앞서 2022년 9월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는 조르자 멜로니가 대표인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승리했다.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강경 우파와 극우 정당이 차지한 의석수를 합치면 총 167석(총 720석 가운데 23.2%)으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지지를 얻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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