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값·할인 통일' 갑질…공정위, '최혜대우' 배민 조사

입력 2024-09-29 07:31
'음식값·할인 통일' 갑질…공정위, '최혜대우' 배민 조사

배민클럽 도입하면서 다른 앱과 동일한 가격 설정 요구…경쟁 저해

'동일가격 인증제' 위법성도 검토…"적발 시 엄중히 제재"



(세종=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배달의민족이 음식 가격과 할인 혜택 등을 다른 배달앱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도록 입점업체에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매장 판매 가격과 앱 판매 가격에 차이를 두는 '이중가격'을 사실상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위법 여부를 따져볼 방침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배민의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의혹의 핵심은 배민이 무료 배달 구독제 서비스인 '배민 클럽'을 도입하면서 점주에게 다른 배달앱에서 판매하는 메뉴 가격보다 낮거나 동일하게 설정하도록 하는 '최혜 대우'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최혜 대우가 배달앱 간 경쟁을 막고 수수료 상승을 초래하는 핵심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혜 대우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특정 플랫폼이 수수료를 올린다면, 입점업체는 그에 맞춰 해당 플랫폼에 공급하는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든 배달앱 수수료가 1천원인 상황에서 배민이 수수료를 3천원으로 올린다면, 입점업체는 배민에 판매하는 상품 가격을 1만원에서 1만2천원으로 올리고 나머지 앱에서는 기존과 같이 1만원에 팔면 된다.

이 경우 멀티호밍이 활발한 배달앱 특성상 소비자는 같은 제품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다른 앱을 사용하게 되고, 배민의 이용자 수는 감소한다. 이용자 수를 유지하거나 늘리려면 배민은 결국 다시 수수료를 낮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최혜 대우 조항은 이런 시장의 가격 조정 기능을 무력화한다. 배민이 수수료를 1천원에서 3천원으로 올리더라도, 최혜 대우 조항에 동의한 입점 업체는 기존대로 상품을 1만원에 판매하거나 모든 앱의 판매 가격을 1만2천원으로 올려야 한다.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소비자 또는 입점업체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최혜 대우는 공정위가 앞서 추진하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에서 자사 우대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과 함께 '4대 반칙행위'로 꼽히기도 했다.

공정위는 거듭된 배달앱 시장의 수수료 인상과 소상공인 부담 가중의 원인이 이 같은 불공정행위에 있다고 보고 조사에 나섰다.

지난 7월에는 국내 배달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에 조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또한 업계 1위인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배민의 '동일가격 인증제'에 대해서도 최혜 대우 요구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보고 있다.

배민은 배달앱 내 음식 가격이 매장 가격보다 비쌀 수 있다는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명목으로 지난 7월 동일 가격 인증제를 도입했다.

매장과 앱의 가격이 동일한 것으로 검증된 업체에 '매장과 같은 가격'이라는 표시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입점업체들은 수수료 부담을 이중 가격으로 만회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배민의 '가격 통제'라고 주장한다.

공정위는 배민의 동일 가격 인증제가 온오프라인 간 같은 가격을 사실상 강제하는 최혜 대우 요구로 볼 수 있는지를 검토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혜 대우 요구는 시장 내 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라며 "배달앱 시장의 최혜 대우 등 위법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적발 시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traum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