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잡으려다 서민 등골 휘나…아르헨 빈곤율 53%로 급증
작년 하반기보다 11%p 넘게 상승…"2003년 이후 최악"
아동 빈곤율은 66% 웃돌아…책임 소재 놓고 정치적 공방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아르헨티나 국민 절반 이상이 기본적인 생계유지를 하기 어려운 빈곤층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상황이 악화한 것으로, 수치상 2003년 이후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통계청(INDEC)은 올 상반기 빈곤율이 52.9%로, 지난해 하반기 41.7%에서 11.2%포인트 상승했다고 26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빈곤율은 소득 수준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미치지 못하는 빈곤선(LP) 아래 인구를 뜻한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이 수치는 21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지난해 12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후 520만명 넘는 이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셈이라고 현지 일간 페르필은 보도했다.
최소한의 먹거리 수요마저 충족할 수 없는 극빈율은 18.1%로, 이 역시 지난해 하반기보다 6.2%포인트 늘었다.
14세 미만 아동 빈곤율은 66.1%에 달했다.
라나시온은 "사회에서 보호받아야 할 계층을 줄이려는 정부 노력에도 빈곤율은 드라마틱하게 상승했다"고 꼬집었다.
정부에서 '경제난 극복을 위한 충격 요법'이라며 몰아붙인 긴축 재정 정책이 되레 중산층과 서민 붕괴 우려를 심화했다는 것이다.
밀레이 정부는 출범 후 지난 8개월여 간 월간 인플레이션을 지난해 12월 25.5%에서 4.2%까지 끌어내렸다.
연간 인플레이션으로 보면 236.7%(8월)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밀레이 정부 재정정책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는 각종 생필풍 가격 통제 제도 폐지, 에너지·교통 보조금 삭감, 50% 넘는 현지 통화(페소) 평가절하 등의 영향이 큰 데, 이 과정에서 빈곤층이 더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마누엘 아도르니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통계청 수치 공개 전임에도 '빈곤율 증가'를 방어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유튜브로 생중계된 회견에서 "우리 정부는 페론주의자들로부터 비참한 상황을 물려받았다"며 "만성 인플레이션을 야기한 전임자들의 무절제한 지출로 가난한 나라가 될 위기에 놓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일간 클라린은 빈곤층 증가의 근본 원인을 놓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전임 정부를 비난하는 현 정부 지지자와 밀레이 충격요법을 성토하는 반대파 간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