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임박' 레바논 떠나려는 외국인들 발동동

입력 2024-09-26 19:21
수정 2024-09-26 19:31
'전쟁 임박' 레바논 떠나려는 외국인들 발동동

주요 항공편 끊기거나 이미 '예약 만석'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충돌로 전면전 위기에 있는 레바논 내 자국민에게 여러 정부가 탈출을 권고했으나 이들은 막상 떠날 방도가 없다며 초조함을 호소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레바논 내 자국민에 "지금 당장 떠나라"고 권고했지만 다수의 영국인은 나갈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날 레바논의 유일한 민간 공항인 베이루트 라피크 하리리 국제공항에선 대부분 항공편이 취소됐다. 에미레이트항공,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등 대형 항공사가 베이루트 운항을 일시 중단했기 때문이다.

레바논의 중동항공을 비롯해 이라크항공, 이란항공이 역내 항공사가 운항 중인데 중동항공의 경우엔 다음 주까지는 예약이 꽉 찼다.

런던에 사는 영국 국적자 칼레드(74) 씨 부부는 가족을 만나러 레바논을 방문했다가 발이 묶였다면서 "항공권을 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부터 베이루트에 거주해온 영국인 클로이(24) 씨는 "이번 주 항공편은 이미 꽉 찼고 예약 페이지는 먹통"이라며 "오늘 아침 출국 예정이던 친구들도 항공편 취소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BBC는 레바논에 남은 영국인과 가족이 4천∼6천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으며 가디언은 약 1만명으로 추산했다.



출국 방법을 찾지 못하자 자국 정부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리샤니(57) 씨는 "영국 정부 대응이 너무 적고 늦다. 떠나라고만 하는데 어떻게 떠나라는 말이냐"고 토로했다.

드론과 항공 음속음이 이어지는 상황이 불안해 비행을 포기하는 사람, 가족 때문에 출국을 망설이는 사람도 있다.

레바논에서 7년간 거주한 영국인 애나 씨는 영국 비자가 없는 데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남편을 두고 떠날 수 없다면서 "사람들이 공포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레바논에서 공부하는 대학생 이사벨라 씨는 베이루트 공항에 가는 것마저 겁난다면서 육로로 레바논 북부로 가 튀르키예행 배를 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국 외무부는 "상업 경로가 아직 남아 있는 동안에는 사람들에게 출국을 권고하고 있다"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으며 필요시 영국민에 대한 추가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