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경합주行에 美 공화 발끈…"주미대사 경질하라"
트럼프, 유세서 젤렌스키 때리기…하원의장 "명백한 대선 개입"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방미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대선 경합지 펜실베이니아 방문을 놓고 미국 공화당이 발끈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사실상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평가받는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 민주당 인사들만 동반하고 방문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25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해당 방문은 민주당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 명백한 당파적 대선 행사였으며, 이는 분명한 대선 개입"이라고 규탄했다.
존슨 의장은 이번 방문은 "의도된 정치적 행위"라며 "이로 인해 공화당은 주미우크라이나 대사인 옥사나 마르카로바에 대한 신뢰를 잃었으며, 그녀는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대사 경질까지 요구했다.
존슨 의장은 다음날 워싱턴 DC를 방문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면담 거부 방침도 확인했다.
공화당이 주도하고 있는 하원에서는 이번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에 국민의 세금이 쓰였는지도 조사하겠다며 전방위 포문을 열고 있다.
민주당은 즉각 방어막을 치고 나섰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존슨 의장의 행위는 극히 이례적"이라며 "나는 의장에 재임하는 동안 해당 국가의 대사가 안내하는 모든 국가의 지도자를 환대했다"고 비난했다.
펜실베이니아가 지역구인 민주당 수잔 와일드 하원의원도 "해당 지역구 인사 외에는 나를 포함해 어떤 민주당 인사도 초대받지 않았다"며 공화당이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대급' 초박빙의 대선을 한달여 남겨 놓고 미국에서는 장기전으로 고착화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둘러싼 초당적 지지 분위기가 한층 흔들리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정권 교체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 없는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시 즉각 전쟁 종식에 나설 것을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도 "협상을 거부하는 사람을 위해 우리는 수억달러를 퍼붓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으며, 설사 최악이라 할지라도 어떤 협상이라도 하는 것이 현재보다는 나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동 사태 이후 국제 사회의 주목에서 빗겨 난 데다 공화당 내부의 부정적 시각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까지 불거지며 젤렌스키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층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뉴욕에서 진행 중인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방미 중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2일 러시아와 전쟁을 이어가기 위해 절실한 155mm 포탄을 생산 중인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을 방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한 이 지역 방문에는 민주당 소속인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비롯해 민주당 정치인들만이 동행했다.
AP통신은 공화당 인사들의 초대 여부는 불명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에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한층 민감한 시점에서 워싱턴 DC를 찾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초당적 지원을 호소할 예정이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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