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인수설' 독일은행 코메르츠방크 대표 조기교체

입력 2024-09-26 00:01
'伊 인수설' 독일은행 코메르츠방크 대표 조기교체

양국 정치권 신경전…도이체방크 "백기사 안 해"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이탈리아 은행 우니크레디트에 인수될 가능성이 제기된 독일 코메르츠방크가 최고경영자(CEO)를 조기 교체했다.

독일 정치권이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라며 우니크레디트의 지분 매입에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독일 1위 은행 도이체방크는 '백기사'로 나설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25일(현지시간)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에 따르면 코메르츠방크는 만프레트 크노프 CEO가 이달 30일 물러나고 재무최고책임자(CFO) 베티나 오를로프가 CEO를 맡는다고 밝혔다.

대형 펀드운용사 등 주주들은 인수합병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대표 교체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노프 CEO의 계약기간은 당초 내년 연말까지였으나 조기 퇴진에 동의했다고 은행 측은 덧붙였다.

ARD방송은 오를로프 신임 CEO가 독일 중소기업이 받아온 대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2위 은행인 우니크레디트는 최근 독일 연방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내놓은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지분 21%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 뒤 최대 29.9%까지 늘리겠다고 유럽중앙은행(ECB)에 승인을 요청했다.

이번 매각으로 지분 비율이 12%까지 떨어진 독일 정부는 우니크레디트가 협의하거나 알리지 않고 '몰래' 지분을 모았다며 크게 반발했다. 독일 노동계도 정리해고를 우려해 인수합병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양국 정치권은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23일 "비우호적 공격이자 적대적 인수"라며 "아무런 협력이나 협의 없이 공격적으로 기업 지분을 인수하려는 시도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이에 대해 "누군가 이탈리아 기업을 인수하면 유럽 단일시장이라면서, 이탈리아인이 다른 나라에서 사면 더 이상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나는 이걸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이탈리아 정부에서 지분을 사들여 국영 항공사 이타(ITA)를 인수하기로 하고 지난 7월 유럽연합(EU) 승인을 받았다.

백기사로 언급됐던 도이체방크는 인수전에 뛰어들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제임스 폰몰트케 도이체방크 CFO는 전날 금융권 콘퍼런스에서 "솔직히 말하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두 경쟁사 사이의 혼란에서 우리가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2019년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 합병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안드레아 오르셀 우니크레디트 CEO는 "코메르츠방크는 투자대상일 뿐"이라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결국 인수합병이 성사될 것으로 본다. ECB 감독위원회 위원들은 대체로 합병에 찬성하는 입장이며 독일 정부의 반대가 유럽통합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위선적이라고도 언급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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