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 '러 첨단 미사일' 도입 극비회담…이란 중재"
"사거리 300㎞ 초음속 대함미사일 수십기 이전 논의"
상선·서방함대 겨냥…'해상 교역로' 홍해 긴장 고조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이란의 중재로 러시아의 첨단 미사일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제 대함 미사일의 이전을 위한 러시아와 후티 반군의 비밀 회담이 이란의 중재로 진행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복수의 서방 및 역내 소식통을 인용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P-800 오닉스 미사일의 수출형인 야혼트 미사일로, 러시아가 이 무기를 후티 반군에 제공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300㎞로, 탐지를 피하기 위해 음속의 2배 이상으로 바다 수면 위를 스치듯이 날아가도록 설계돼 있어 요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후티 반군의 회담에 대해 알고 있는 2명의 중동 지역 당국자는 양측이 올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최소 2차례 만났다며 야혼트 미사일 수십기를 제공하기 위한 회담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 당국자는 몇주 안에 테헤란에서 추가 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후티 반군이 이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손에 쥐면 국제 교역의 주요 바닷길 가운데 하나인 홍해를 지나는 상선에 대한 공격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또 홍해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미국과 유럽 군함에 대한 후티 반군의 위협이 커질 수 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가 후티 반군에 미사일을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확인하며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서방제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게 허용했다고 언급하며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고 '맞불 대응'을 경고한 것이 후티 반군에 대한 미사일 공급 논의와 관련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의 탄도 미사일 전문가인 피비안 힌츠는 야혼트 미사일에 대해 후티 반군이 지금까지 사용한 대함 탄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보다 훨씬 뛰어난 무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가 후티 반군에 야혼트 미사일을 이전하는 것은 역내 안보에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월 러시아가 후티 반군에 첨단 대함 미사일을 지원할 수 있다는 미 정보기관의 첩보를 전했지만, 구체적 추진 상황과 이란의 중재 역할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란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사적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 사용할 수 있게 자국 탄도 미사일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티 반군은 이란을 중심으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이라크 민병대 등과 함께 이스라엘과 서방에 맞서는 '저항의 축'의 일원이다.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는 현지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항해하는 선박에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공격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후티 반군은 최소 2척의 선박을 침몰시키고 다른 한척을 나포했다.
해운회사들이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선박을 다른 항로로 우회시키면서 화물 수출입이 차질을 빚는 등 국제 해상 교역이 혼란에 빠졌다. 선박 연료 비용과 보험료 등 해운업체의 비용 부담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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