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좌파 대통령, 中에 한 발짝 더…"최대 지원 요청할 듯"
소속당 친중 성향에 '국가부도 사태' IMF 재협상 변수로 中 편향 예상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스리랑카 좌파 대통령이 친중 성향을 보이면서 중국에 '최대한의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전망했다.
SCMP는 지난 23일 취임한 아누라 디사나야케 스리랑카 대통령이 아직 대(對)중국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그의 소속 당인 인민해방전선(JVP) 성향과 그가 서방에 기운 국제통화기금(IMF) 압박에 맞서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점에 비춰볼 때 중국에 기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이른바 'IMF 재협상 변수'가 스리랑카가 중국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경제정책 실패로 2022년 5월 스리랑카가 국가부도를 선언하고 나서 2년여만에 실시된 스리랑카 대선에서 2차 결선 투표를 통해 당선된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유세 과정에서도 IMF와의 재협상을 강조한 바 있다.
스리랑카는 국가부도를 극복하기 위해 작년 3월 29억달러(약 4조원)의 IMF 금융지원을 확보하고 채무 재조정 작업을 추진해왔으나, IMF 요구로 증세와 에너지 보조금 폐지 등 긴축정책이 불가피해져 극심한 민생고로 이어지자 IMF 채무 재조정 요구가 커졌다.
스리랑카의 공공 부채가 830억달러를 넘었고, 인플레이션은 70%까지 치솟은 상태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IMF 채무 재조정 요구가 주요 선거 이슈로 부각됐다.
이에 IMF 재협상 공약을 걸고 당선된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지지자들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겠다는 입장이며, 이 때문에 차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주도하는 IMF와 갈등과 대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스리랑카가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 중인 점을 활용해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중국의 개발 모델을 따르려 할 가능성이 있으며, 디지털 인프라 개발을 위해 중국에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SCMP는 전망했다.
그러나 스리랑카가 중국 자본으로 항만 건설에 나섰다가 부채를 갚지 못해 결국 99년 기한으로 자국의 함반토타항 운영권을 중국 국영 대기업 차이나머천트그룹(招商局集團·CMG)에 넘긴 상태라는 점에서 디사나야케 대통령의 친중 정책이 지나칠 경우 화를 부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디사나야케 대통령 소속당인 JVP도 친중 정책을 부추길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JVP는 60년 전 스리랑카가 식민지 시절 창립된 공산주의 혁명을 위해 창립된 좌익 정치단체에서 친중파가 별도로 설립한 정당이라는 점에서 중국과 인연이 깊다.
따라서 차후 중국 공산당과 스리랑카 JVP 간의 당 대 당 교류가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리랑카 콜롬보대학 프리양가 두누싱헤 경제학 교수는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스리랑카 개발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지원을 받고 싶어 할 것"이라면서 "인도보다 중국과의 협력을 선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콜롬보 현지 저널리스트인 라틴드라 쿠루위타는 "이전 행정부가 중국을 희생하고 인도와 친밀하게 지냈다면 디사나야케 대통령 측은 중국을 훨씬 더 따뜻하게 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3일 디사나야케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 "새로운 상대방과의 관계 강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당선 축하 인사를 보냈으며, 같은 날 중국 외교부는 "진심 어린 상호 지원과 변함없는 우정을 바탕으로 두 나라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가 새로운 진전을 이루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kji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