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유엔서 '평화' 강조…"핵 협상 나설 준비됐다"
중동 긴장 극대화 상황서 이례적으로 온건한 발언…佛대통령과 회동도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이스라엘의 레바논 융단폭격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유엔총회 연설대에 오른 이란 대통령이 '평화'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우리는 평화를 원하고, 누구와도 전쟁이나 다툼이 벌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통령에 선출된 것은 이란을 새로운 개혁의 시대와 건설적인 국제사회로 이끌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특히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의 탈퇴로 폐기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각종 장애물을 극복한다면 다른 현안들에 대한 대화도 뒤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연설에는 구체적인 행동 계획은 담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평화 메시지가 수사에 불가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그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과 이란에서 발생한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에 대해 이스라엘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이른바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의 대통령이 유엔에서 서방을 향해 온건한 발언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주목할만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과정에서도 직접적인 보복이나 위협 등 선을 넘는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그간 이란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서방과 이스라엘을 향해 적대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의 경우 유엔 총회에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을 부인하고, 9·11 테러의 배후는 미국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 전날 뉴욕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연 회견에서도 서방과의 대화 용의를 밝히는 등 이틀 연속 유화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이 같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서방국가 정상 중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회동했다.
양국 정상의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동지역의 긴장 완화 방안과 함께 이란 핵 합의 복원과 관련한 내용도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는 지난 2015년 이란과의 핵 합의 타결 당시 'P5+1'(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에 포함된 국가다.
지난 7월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뒤 실시된 대선에서 유력후보들을 제치고 승리했다.
강경 보수파였던 전임자와 달리 중도·개혁파로 분류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서방과 관계 정상화, 핵 합의 복원, 히잡 착용 여부 단속 완화 등을 선거운동 때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자신의 취임식 때 발생한 하니예 암살사건 직후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에서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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