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지수'가 밸류업 이끌까?…증권가 "과한 기대는 금물"(종합)
기대 선반영·차익매물 유의…"밸류업해서 오른다는 선후 명확해야"
KB금융 빠지고 고PBR 종목 깜짝 편입…단기적 주가 변동 가능성
중소형주 소외 문제도…연기금·기관 호응 여부도 '주가 변수'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이민영 기자 =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기 위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24일 베일을 벗었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회사의 주인인 주주에게 주가 상승을 안겨주고, 나아가 수익을 토대로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는 100개사를 선별해 지수로 한데 묶었다.
밸류업 지수는 오는 30일부터 1초 단위로 실시간 지수 산출이 개시된다. 11월 중에는 지수선물 및 상장지수펀드(ETF) 상장도 이뤄져 자금 유입을 유도한다.
◇ 밸류업 지수 효과에 "일단 중립"…기대감 선반영 유의해야
증권가는 밸류업 지수 효과에 대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국내 증시의 긍정적 변화라고 보면서도 후행 지표인 만큼 단기간 주가 부양을 크게 끌어낼 장치는 아니라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아울러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본격화한 올해 1월 2일부터 '밸류업 공시 기업' 등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상황도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증시에 대한 밸류업 지수의 영향은 중립적이라고 본다"며 "연초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반영돼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긍정적 변화는 맞지만, 단기간 드라마틱한 변화를 야기하는 그림은 아니다. 큰 흐름을 바꾸는 것이라 중장기적으로는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수 발표가 차익실현 타이밍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기업들이 이미 많이 알려져서 오히려 밸류업 지수 발표 자체가 단기 모멘텀의 일단락으로 볼 여지도 있다"며 "주가에 플러스보다는 중립 정도의 이벤트로 본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11월 ETF가 설정되기 전후에 밸류업 지수 종목에 대한 수급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PBR' KB금융 탈락…"금융·통신주 예상과 달라"
예상과 달리 편입됐거나 빠진 종목 중에선 주가 변동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를테면 금융 대장주로 대표적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꼽힌 KB금융[105560]과 통신주인 KT[030200]는 이번 지수에서 빠졌고, 고PBR 업종인 바이오 주식은 상당수 포함됐다.
현대차[005380], 신한지주[055550], 우리금융지주[316140], 미래에셋증권[006800] 등은 밸류업 조기공시 특례가 인정돼 편입됐다.
이와 관련 이부연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어떤 산업군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어떤 산업군은 PBR이 평균적으로 높다"며 "특정 산업에 소속된 기업 입장에서 형평성을 제기할 수 있는 문제를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편입 기업 수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밸류업에 참여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는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기업은 지수 편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통신·금융주가 예상과 다른 업종으로 아무래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 주가 악영향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기존 밸류업 대장주였던 은행·증권·자동차 이외에도 시장 대표성, 수익성 같은 틀을 적용함에 따라 바이오와 같은 고평가 주식들도 포함됐고, 산업별로도 분포가 고르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미편입 종목이라도 주주 환원에 주력하는 기업이라면 연말까지 수익률 보전 차원에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연기금 '지원사격' 나설까…중소형주 소외도 해결 과제
국내 증시의 '큰손'인 연기금이나 기관의 호응 여부도 주요 변수다.
연기금이 밸류업 종목을 대거 매수하거나, 밸류업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지 여부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ETF나 선물이 나오면 연기금이나 국내 기관 말고도 해외 기관도 밸류업 지수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부연 상무는 "밸류업 지수 성공에 연기금 참여가 필요하다"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5대 연기금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종목 수를 100개로 정한 배경에 대해 100개 종목 이하로 지수를 구성하는 경우 주식 유동성 문제로 연기금의 대규모 자금 유입이 제약될 우려가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그만큼 연기금의 투자 환경에 신경을 썼다는 방증이다.
다만 밸류업 지수의 선후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해서 주가가 오른 것이지,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효과만으로 주가가 오른다는 시선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히 밸류업 지수에 포함됐으니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는 주의해야 한다"며 "지수는 기업이 밸류업 정책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를 측정하는 후행 지표"라고 강조했다.
몸집이 작은 기업이 소외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할 지점이다. 거래소는 종목 선별 기준 중 하나로 시장 대표성을 제시하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400위 이내, 시총 약 5천억원 이상 기업을 조건으로 걸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저평가주, 중소형주 등을 대상으로 한 후속 밸류업 지수 개발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dh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