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전·현 대통령 대립 격화…한국대사관, 신변안전 당부
모랄레스 전 대통령 지지자들, 대통령궁 앞 시위…경찰 등과 충돌 우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지난 6월 일부 군부 세력의 '3시간 쿠데타'로 논란을 빚은 볼리비아에서 전·현직 대통령 간 대립 속에 양측 지지자들의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엘베데르와 볼리비아TV(BTV)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수도 라파스 대통령궁과 의사당 앞 무리요 광장 주변에는 에보 모랄레스(64)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시위를 위해 속속 모여 들었고, 경찰은 주변 경계 근무를 강화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무리요 광장은 지난 6월 대통령궁 문을 부수며 쿠데타를 시도하다 3시간 만에 철군한 일련의 병력이 집결했던 장소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앞서 지난 17일부터 카라코요에서 일주일간 '볼리비아 구하기'라는 이름의 도보 행진을 벌여 이날 수도에 도착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들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내년 대선 출마 보장을 요구하며 루이스 아르세(60) 대통령을 강하게 성토했다.
볼리비아 최초 원주민(아이마라) 출신 국가 지도자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2005년 처음 대권을 잡은 뒤 2009년 대선과 2014년 대선에서 연거푸 승리했으나, 4선 연임을 시도한 2019년 대선에서는 부정 의혹으로 고국을 떠나야 했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한 같은 당의 아르세 대통령 도움으로 귀국했으나, 지난해부터 재집권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아르세 대통령과 완전히 틀어졌다.
급기야 지난해 연말엔 '연임 여부와 관련 없이 2차례까지 임기를 수행할 수 있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차기 대선 출마 길까지 막히자, 좌파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우경화한 아르세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일요일인 전날 수도로 진입하는 과정에 아르세 현 대통령 지지자들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 양측 지지자들은 사제 폭발물과 돌멩이를 상대측에 던지기도 했다. 당국은 최소 10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동원해 양측을 해산시켰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현 정부가 폭력을 선동하는 준군사 단체를 배치했다"고 비난했고, 아르세 대통령은 "우리는 정부를 향해 도발하는 모랄레스 측 꾐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사회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볼리비아 주재 한국 대사관은 긴급 공지를 통해 "경찰이 무리요 광장 및 도시 여러 주요 지역 보안을 강화하고 인근 주요 차량과 보행자 통행을 막은 상태"라며 "볼리비아에 체류 중이거나 여행 중인 분들은 행진 지역에 접근하지 않는 등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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