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노동당 정부 '짧은 허니문'…복지삭감·선물스캔들 압박

입력 2024-09-23 00:15
英노동당 정부 '짧은 허니문'…복지삭감·선물스캔들 압박

두달만에 지지율 24%로 뚝…전당대회 '승리 행진' 대신 '여론 달래기'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출범한 지 석 달이 채 되지 않은 영국 노동당 정부의 키어 스타머 총리가 복지 삭감 논란, 선물 스캔들 속에 지지율 급락을 겪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의 일요일판 옵서버가 여론조사 기관 오피니엄과 함께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의 직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24%로 반대한다는 응답률 50%보다 낮았다.

지지율과 반대율 격차는 -26%로, 7월 19일 조사에서(+19%)보다 45%포인트 내려갔다.

20일 발표된 입소스 여론조사(18∼75세 1천82명)에서도 22%만 이제까지 노동당 정부에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50%는 실망했다고 답했다.

스타머 총리가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5%로 7월 조사(36%)보다 급락한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14%에서 42%로 뛰었다.

지난 7월 4일 총선에서 노동당은 공공서비스 악화와 혼란스러운 리더십에 실망한 '보수당 정권 심판론'을 등에 업고 압승했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급변한 셈이다.

노동당이 집권당으로선 15년 만에 처음으로 이날 연 연례 전당대회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드러났다.

한 하원의원은 옵서버에 "승리의 행진이자 행정부 권력의 정점을 보여줘야 했을 일이 이미 멈춰섰다"고 토로했다.

노동당 정부는 공공 부문 지출 삭감을 둘러싼 논란과 선물 스캔들로 압박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타머 총리에게 닥친 문제 중 하나는 많은 사람이 내달 말 '고통스러운 예산안'을 예상한다는 점"이라며 "최근 의류와 관람권 기부는 더 큰 문제로, 이로 인해 노동당이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당 정부는 보수당으로부터 구멍 난 공공 재정을 물려받았다며 공공 부문 지출 삭감이나 일부 증세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이미 발표한 연금 수급자에 대한 겨울 난방비 대폭 삭감 방안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양대 노조 중 하나인 유나이트의 샤론 그레이엄 사무총장은 이날 노동당 정부가 영국을 '제2의 긴축'으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난방비 삭감 정책을 폐기하고 부자 증세를 하라고 요구했다.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타머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 나서 지나친 긴축으로 공공부문에 대한 압박을 가중하지 않겠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옵서버에 "우리 공공 서비스가 절박한 상황임을 잘 안다. 삭감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안다"며 "우리는 공공부문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세와 관련해선 "이미 증세가 많았기에 여지가 많지 않다"며 "그래서 노동자와 관련한 약속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총선 공약대로 소득세, 국민보험료, 부가가치세(VAT)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영국에선 자본이득세나 일부 상속세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각료들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앤절라 레이너 부총리는 "우리는 문제가 사라지기를 바랄 수 없고 직면해야 한다"며 "우리가 옳은 선택을 하면 상황은 나아질 수 있다. 우리는 영국을 성장의 길로 되돌리기 위해 기초를 고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피고용인에게 불리한 '제로아워 계약'(최저 노동시간이 0시간으로 고용인이 필요할 때 근로를 요청하는 형태의 고용계약) 금지,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자 권리 개선을 위한 법안을 다음 달 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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