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국민 54%가 PTSD…"이렇게는 오래 못 산다"

입력 2024-09-21 13:02
우크라 국민 54%가 PTSD…"이렇게는 오래 못 산다"

전쟁 3년째…"21% 극심한 불안, 18% 큰 스트레스"

"정신건강 호소 환자 갑절로"…"항우울제 판매 50% 급증"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러시아의 침공으로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의 54%(난민 포함)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21%는 극심한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18%는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실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우크라이나인의 27%가 우울하거나 매우 슬프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해인 2021년보다 20% 늘어난 것이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올해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환자 수가 2023년 이후 두배로 급증한 것으로 파악했다.

우크라이나에서 2021년 이후 항우울제 판매가 거의 50% 뛰었다는 시장 조사 자료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크라이나 인구의 대다수가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WHO의 야르노 하비히트 우크라이나 책임자는 BBC 방송에 " 증상은 다를 수 있다"며 그 유형으로 슬픔이나 불안, 수면 장애, 피로, 커지는 성난 감정 등을 꼽았다.

그는 "어떤 사람은 단순히 고통스럽거나 기분이 나쁘다고 느끼는 등 설명할 수 없는 신체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심리치료사인 안나 스타티우카는 전쟁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안전과 안정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타티우카는 "이 두 가지가 갑자기 사라지면 많은 스트레스가 생긴다"며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불안, 우울증, 무관심, 불면증, 집중력 부족 같은 증상으로 만성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런 극도의 경계 상태에 머물 수 없다"며 이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것이 우크라이나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의 주도로 '어떻게 지내세요?'(How are you?)라는 정신 건강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