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16년전 전쟁 사과해야" 친러 발언에 조지아 '시끌'

입력 2024-09-17 21:29
"러시아에 16년전 전쟁 사과해야" 친러 발언에 조지아 '시끌'

내달 총선 앞두고 친서방-친러 갈등 증폭

친서방 "조국 위해 희생한 영웅 모독 망언"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흑해 동부에 위치한 옛 소련 국가 조지아에서 친러시아 정치인이 '16년 전 러시아와 벌인 전쟁에 대해 조지아가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정치적 분란이 격화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친러시아 재벌이자 집권당 '조지아의 꿈'을 창당한 비드지나 이바니슈빌리는 지난 14일 남오세티야 국민이 2008년에 있었던 전쟁에 대해 사과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008년 친서방 노선을 추구하던 조지아를 침공해 5일간 전쟁을 벌였다. 내세운 명분은 남오세티야에 거주하던 러시아인이 조지아 정부의 탄압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이 전쟁을 통해 1990년대부터 조지아에서 분리되기를 원했던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독립시켰다.

여당의 막후 조정자로 알려진 이바니슈빌리는 2008년 전쟁 책임을 거론하며 총선이 끝나면 "조지아-오세티야 형제애와 공존을 파괴한 모든 가해자는 가장 엄격한 법적 조치를 받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2008년 당시 집권당이었던 현 야당 '국가운동연합' 인사들을 상대로 재판을 열겠다는 것이다.

그는 야당이 "2008년에 우리 오세티야 자매와 형제를 불태웠다"면서 '범죄자', '반역자'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친서방 인사와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전쟁 당시 대통령이었던 미하일 사카슈빌리는 서명을 내고 이바니슈빌리의 언사는 "전례없는 배신"이자 "조국을 위해 희생한 영웅의 기억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권력 남용으로 6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그는 "그(이바니슈빌리)가 조지아인에게 침략자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며 "우리는 한동안 이 수치심을 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수백명도 전날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이바니슈빌리를 비난하면서 러시아의 지시를 받들지 말라고 외쳤다.

유럽연합의 전쟁 조사단은 2009년 발표에서 이 전쟁이 국제법상 정당화될 수 없는 조지아의 대포 공격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의 군사행동 대부분도 방어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었다면서 분리주의 세력을 포함해 모든 당사자가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조지아 내부에서는 전쟁의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조지아는 옛 소련 일원 가운데 친서방 성향이 강한 나라였으나 최근에는 친러시아 대 친서방 노선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총선을 앞두고는 더욱 심해졌다.

여당인 '조지아의 꿈'은 최근 몇 년간 서방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러시아에 기울었고,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러시아 비판을 자제했다.

여당은 대규모 반대 시위에도 몇달 전 러시아식 언론·비정부기구(NGO) 통제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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