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차기 집행위원단 26명 내정…인사청문회 곧 돌입
기후·경쟁총괄 2인자에 스페인 부총리…성비균형 달성 무산
'물밑거래 논란' 프랑스에 핵심보직…외교·국방은 '러 강경파'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향후 5년간 유럽연합(EU) 정책을 이끌 차기 집행위원단 윤곽이 17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명의 수석 부집행위원장과 20명의 집행위원 등 후보 26명 명단을 발표했다.
수석 부집행위원장 여섯 자리는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에스토니아·핀란드·루마니아에 할당됐다.
이 가운데 사실상 EU 2인자에 해당하는 녹색전환 및 경쟁 분야 총괄 수석 부집행위원장에 테레사 리베라 스페인 부총리 겸 친환경전환부 장관이 내정됐다.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은 산업전략 총괄 수석 부집행위원장에, 라파엘레 피토 이탈리아 유럽장관은 통합·개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 후보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세주르네 장관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간 '물밑 거래' 논란 속에 전날 갑작스레 등장했다.
당초 프랑스몫 집행위원 후보는 '폰데어라이엔 1기'에서 내수시장 집행위원을 지낸 티에리 브르통이었다.
그러나 브르통은 전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개인적 이유'로 자신을 교체하라고 프랑스를 압박하고 있다고 공개 불만을 제기하며 전격 사임했다. 프랑스는 당일 세주르네 장관을 대체 후보로 추천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하루 만인 이날 세주르네 장관에게 핵심 보직을 맡기기로 하면서 결국 브르통의 주장이 일정 부분 사실이었다고 자인한 셈이 됐다.
피토 장관의 수석 부집행위원장 내정을 두고는 유럽의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중도 및 좌파 진영에 의해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은 관측했다.
피토 내정자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강경우파 성향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FdI) 소속이다.
EU에서 '대러 강경파'로 분류되는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는 외교, 국방 관련 업무를 맡는다.
신설된 국방·우주 담당 집행위원직에는 리투아니아의 안드류스 쿠빌류스 유럽의회 의원이 내정됐다.
수석 부집행위원장 중 한 명인 외교안보 고위대표에는 카야 칼라스 전 에스토니아 총리가 EU 규정에 따라 27개국 사전 합의를 통해 이미 내정된 상태다.
차기 집행위원단은 여성 40%, 남성 60%로 '성비 균형' 공약 이행은 무산됐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대신 수석 부집행위원장 6명 중 4명을 여성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무위원단에 해당하는 집행위원단은 행정부 수반인 집행위원장을 포함해 27개 회원국 출신 인사 1명씩으로 구성된다.
각국은 자국 절차에 따라 집행위원 후보를 지명하며, 세부 보직 배분은 집행위원장의 몫이다.
유럽의회는 내달 중 후보별 인사청문회를 시작할 전망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미국 대선 등을 고려해 자신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는 11월 1일 새 집행부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회원국 중 슬로베니아가 국내 정치권 다툼 여파로 후보를 확정하지 않은 데다 유럽의회에서 일부 후보자의 교체를 요구할 경우 12월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2019년 '폰데어라이엔 1기' 집행부도 한 달 늦게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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