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계획' 폐기한 英총리, 伊총리 반이민 정책 칭찬
로마서 멜로니 총리와 회동…'알바니아 모델' 벤치마킹하나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이주민 정책 '알바니아 모델'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안사(ANSA), AFP 통신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이날 로마에서 스타머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주민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소개했다.
멜로니 총리는 영국 정부가 이탈리아와 알바니아의 이주민 협정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며 "우리는 이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세부 사항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스타머 총리는 "멜로니 총리가 이주 경로에 있는 국가들과 협력해 이주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밀입국 조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괄목할만한 진전을 이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나는 항상 사람들이 자국을 떠나는 것을 애초에 막는 것이 이미 입국한 사람들을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주장해왔다"면서 "어떤 의미에서 오늘은 영국의 실용주의로 돌아간 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방문한 스타머 총리는 멜로니 총리와의 이번 회담에 앞서 불법 이주민 유입 차단에 성공한 이탈리아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올해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주민 수는 4만4천675명(13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만5천806만명과 비교해 55% 이상 급감했다. 아드리아해 맞은편 발칸반도 국가 알바니아에 건설 중인 이주민 처리 센터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탈리아는 해상에서 구조한 불법 이주민을 알바니아의 이주민 센터로 보내 망명 신청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머물게 한 뒤 망명 신청이 거부된 이주민은 출신국으로 송환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양국이 협정을 체결한 뒤 이주민 수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목숨을 건 항해 끝에 이탈리아에 도착한다고 해도 알바니아로 곧바로 이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바니아에 건설 중인 이주민 센터 2곳은 애초 8월 초에 문을 열 예정이었지만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개소식이 잠정 연기됐다.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불법 이주민 급증으로 고심하는 영국 정부는 전 정부 시절 르완다로 이주민을 이송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인권 침해와 국제법 충돌 문제로 내내 논란이 이어졌고, 조기 총선으로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자 아예 폐기됐다.
스타머 총리는 르완다 계획을 대체할 대안으로 이탈리아의 알바니아 모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행 이주민은 2018년 299명에서 2022년 4만5천여명으로 150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 상당수는 프랑스 해안에서 소형 보트를 타고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에 도착하는데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이도 많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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