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내수담당 집행위원 사임…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불화설(종합)

입력 2024-09-16 19:43
EU 내수담당 집행위원 사임…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불화설(종합)

佛 티에리 브르통 "폰데어라이엔이 집행위원 후보 교체 요청"

폰데어라이엔은 '노코멘트'…佛, 브르통 후임에 직전 외무장관 지명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유럽연합(EU)의 티에리 브르통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의 불화로 위원직에서 즉시 물러난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브르통 집행위원의 후임으로 곧장 스테판 세주르네 직전 외무장관을 후보로 추천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16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유럽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일할 수 있어 영광이자 특권이었다"며 위원직 사퇴 소식을 전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앞으로 보낸 사직서에서 그를 저격하며 사직 이유를 설명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 7월 집행위원장 연임이 확정된 뒤인 24일 회원국들에 차기 5년간 EU를 이끌 집행위원 후보를 추천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현직 집행위원을 추천하려는 회원국은 두 명의 후보를 추천할 필요가 없다고 명시했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즈음 브르통 집행위원을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그러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최근 차기 집행위 구성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본인과 직접 논의한 적도 없이 프랑스 측에 "개인적인 이유"로 자신의 후보 지명 철회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측에 후보 교체 시 집행부 내 더 영향력 있는 자리를 맡기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지난 5년 동안 저는 국가와 당의 이익보다 유럽 공동의 선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며 "그러나 최근의 일련의 사태들, 특히 의문스러운 통치방식에 대한 추가적인 증거들에 비춰, 더는 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따라서 저는 유럽 집행위원직에서 즉시 사임한다"고 말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그의 사표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위원장은 브르통의 사임을 수락하며 임기 내내 집행위원으로 일해준 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다만 브르통 집행위원의 주장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집행위원장은 새 집행부 구성과 관련해 회원국과 비밀리에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위원단에 해당하는 집행위원단은 행정부 수반인 집행위원장을 포함해 27개 회원국 출신 인사 1명씩으로 구성된다. 각국은 자국 절차에 따라 집행위원 후보를 지명하며, 세부 보직 배분은 집행위원장의 몫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당초 지난 11일 유럽의회 지도부 회의에서 차기 집행위원단 후보 명단을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17일로 연기했다.

회원국인 슬로베니아가 자국 의회에서 집행위원 후보 승인을 받지 못해 전체 명단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연기 사유였다.

브르통 집행위원의 주장을 토대로 추정하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일부 후보를 못마땅해해 일정이 지연됐을 가능성도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는 11월에 맞춰 차기 집행부가 출범하길 희망하고 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 시절 경제 장관을 지낸 브르통 집행위원은 2019년 12월 출범한 '폰데어라이엔 1기' 집행부에 합류했다.

그는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으로서 엑스, 페이스북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들을 규제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 도입에 앞장서는 등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러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올해 초 EU 핵심 보직인 EU 중소기업 특사에 '친정'인 독일 기독민주당(CDU) 인사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직속상관 격인 브르통 집행위원을 '패싱'하는 등 둘 사이엔 잡음이 이어져 왔다.

최근 브르통 집행위원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온라인 대담을 앞두고 머스크 측에 '경고서한'을 보냈을 때는 집행위 대변인실이 "집행위원장이나 집행위 전체와 사전에 조율된 건 아니었다"며 그의 단독 행동이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연임이 확정됐을 때 공개 비판하기도 해 그의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브르통 집행위원이 사임한 지 3시간 만에 스테판 세주르네 직전 외무장관을 프랑스 몫의 집행위원으로 추천했다.

엘리제궁은 "대통령은 총리와 합의해 세주르네 장관을 차기 집행위원으로 추천했다"며 "그는 이전 유럽의회에서 리뉴(중도·자유진영) 그룹의 대표를 지냈으며, 필요한 모든 기준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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