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경영진 모두 남녀 반반…여성에게 확신 줘야"
케빈 알리 오가논 CEO "다양성이 창의력과 성공 가능성 높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한국 기업과 협력…"한국은 중요한 시장"
(인천=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우리 회사는 세계 1만 명 직원 가운데 50%가 여성이고, 경영진도 50%가 여성입니다. 이사회는 구성원 70%가 여성입니다. 여성에게 출산과 직업적 성취 모두 다 이룰 수 있다는 확신(Confidence)을 줘야 합니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인 오가논의 케빈 알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 인천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여성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선도적인 기업이 되고자 하기에 기업 경영에서도 언행일치를 보여주려 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매일경제신문 주최 세계지식포럼 등 참석을 위해 방한한 알리 CEO는 채용과 승진 등에서 여성을 공정하게 대하기 위해 회사가 목표 의식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한 업무를 수행해내는 데 있어서 탁월한 역량의 남성을 일부러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리에 그 남성 못지않은 좋은 능력을 낼 수 있는 여성 임직원이 있을지 더 오랫동안, 더 열심히 찾아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별, 종교, 교육, 문화 어떤 측면에 있어서든 회사가 다양할수록 회사의 창의력과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1년 미국 머크(MSD)사에서 여성 건강,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만성질환 등 분야 의약품 중심으로 분사한 오가논은 분사 첫해부터 매년 63억 달러(약 8조4천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알리 CEO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구개발비 가운데 여성 건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4%밖에 되지 않는다"며 "세계적으로 여성 건강이 상당히 중요한데도 이에 대한 충분한 연구 개발이나 투자를 하고 있는 주체가 없었다는 점, 그 때문에 이에 대해 적절한 투자를 할 수 있는 회사가 필요하겠다는 점이 주요한 분사 이유 중 하나였으며 지금까지 성과로 볼 때 성공적이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고민하는 저출생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해서는 "여성에게 확신을 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여성이 언제 아이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기업들이 잘 지지해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아이를 가진다고 일자리를 잃고 경력 단절이 된다거나, 급여 측면에서 같은 일을 하는 남성에 비해 차별받는다거나,아이를 돌봐줄 교육 시설이 충분하지 않다는 등의 불안한 상황을 겪지 않고 자신이 보호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한다면 출생률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임과 저출생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피임률이 높지 않은 가운데 출생률도 낮다"며 "두 문제는 분리해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도하지 않은 임신으로 출생하는 아이들이 느는 것은 한국 정부에서도 바라는 길이 아닐 것"이라며 "다만, 여성 생애주기별로 가임력의 변화에 대해서는 적절한 교육을 해 여성이 계획된 방식으로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최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리 CEO는 2010년부터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고 있으며 오가논 대표로서도 세 번째 방문했다며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규모뿐 아니라 회사가 주력하는 여성 건강이나 만성질환, 건강한 노화 등과 관련해서도 우리 제품군과 한국은 잘 맞아떨어진다"고 부연했다.
오가논은 실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항암제 등을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시장에 판매하고 있으며 종근당[185750], 한미약품[128940] 등 여러 한국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며 지난해 미국 출장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잇따라 접촉할 때 알리 CEO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알리 CEO는 "한국이 현재 인구통계학적 난제를 겪고 있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놓고 봤을 때 한국은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있어 회복 탄력성, 기발함, 창의력 면에서 (다른 나라가) 따라가기 힘든 나라"라며 "현재 직면한 출생률 관련 문제도 한국은 성공적으로 해결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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