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러에 미사일 공급 계속…올해 생산 미사일 우크라에 발사"

입력 2024-09-12 11:00
"북, 러에 미사일 공급 계속…올해 생산 미사일 우크라에 발사"

英무기감시단체 "8월18일 러시아가 쏜 미사일 잔해서 올해 주체연호 표시"

"러 탓에 대북 제재 결의 이행 감시 중단…국제사회 제재 회피"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아랑곳없이 러시아에 미사일을 계속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는 올해 생산된 미사일도 포함돼 있으며 러시아는 이를 지난달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의 무기감시단체인 분쟁군비연구소(CAR)는 11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현장의 미사일 잔해를 조사해 이 같은 북한산 탄도미사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CAR 현장조사팀은 지난 7월 30일, 8월 5일과 6일, 18일 보고된 러시아의 대(對) 우크라이나 공격과 관련해 서로 다른 북한제 미사일 4기의 잔해를 발견했다.

이 중 하나에는 2024년 생산을 가리키는 표시가 있었으며 이는 올해 북한에서 생산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전에 사용되고 있다는 첫 공개 증거라고 CAR은 설명했다.

올해 생산됐다는 표시가 나온 것은 8월 18일 공격에 사용된 미사일이었다. 그 잔해 가운데 방향 제어 및 구동과 관련된 부품인 '제트 베인 액추에이터'(jet vane actuator) 2개에 '113'이라는 숫자가 있었다.

CAR은 이 수치가 북한의 주체 연호에서 2024년을 가리키는 것으로, 미사일 생산 시기를 뜻한다고 판단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1912년을 원년(1년)으로 하는 연도 표기 방식인 주체 연호를 사용하고 있다.

앞서 CAR은 올해 초 우크라이나에서 북한산 미사일을 처음 확인했으며 이들 미사일은 KN-23 또는 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밝혔다.

KN-23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4는 북한판 에이태큼스 미사일로 불린다.

CAR은 이번에 조사한 미사일 잔해를 연초 발견한 북한산 미사일 잔해와 비교한 결과 KN-23이나 KN-24 미사일, 아니면 개량형일 것으로 추정했다.



CAR은 최근 제조된 북한산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전에서 계속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조사 결과는 북한이 거의 20년간 지속된 제재를 피하며 강력한 탄도미사일 개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데이미언 스플리터스 CAR 부소장은 올해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의 활동 연장이 무산된 것을 북한의 지속적인 무기 생산과 러시아 이전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그는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북한산 미사일은 작년까지만 해도 서방 국가들이 만든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일반적인 전자 부품을 사용했다며 이 부품은 정교하지 않은 것부터 상당히 첨단화된 것까지 다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에는 반도체 산업이 없다"며 "따라서 북한이 세계 시장을 활용해 이런 부품에 접근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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