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관계 얼어붙는데…원전연료 러시아 의존도 30% 넘어

입력 2024-09-16 08:01
한·러 관계 얼어붙는데…원전연료 러시아 의존도 30% 넘어

미국서 원전연료 도입 확대…러시아산 감소할 듯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밀착으로 한·러 관계가 크게 악화한 가운데 한국의 원전 원료 러시아 의존도가 3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간 한수원은 원전 연료로 총 1천947t의 농축 우라늄을 도입했다.

국가별 비중은 프랑스 36%, 러시아 34%, 영국 25% 순이었다.

이들 세 나라에서 들여오는 농축 우라늄이 전체의 95%를 차지하며, 나머지 5%는 중국에서 수입됐다.

국제 원자력 통제 체제에 따라 한국은 독자적으로 천연 우라늄을 원전 연료로 쓰일 수준까지 농축할 수 없다.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일정 비율로 농축된 우라늄을 육불화우라늄(UF6) 가스 형태로 프랑스, 러시아, 영국 등에서 수입한다.

이후 국내에서 가공을 통해 우선 작고 얇은 원판 모양의 펠릿으로 만든다. 펠릿을 긴 봉에 차곡차곡 넣어 쌓아 올리면 원전 연료봉이 된다.



한수원은 핵심 발전원 중 하나인 원전의 연료 수급 안정을 위해 향후 도입선을 미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지난 9일 미국 핵연료 공급사인 센트루스와 원전 연료 공급 계약 주요 조건 합의서에 서명했다. 계약이 정식 체결되면 센트루스는 한수원에 장기간 원전 연료를 공급하게 된다.

한국 전체 발전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원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이 필수적이다.

업계에서는 한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이 러시아산 원전 연료 비중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 정부는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것을 규탄하면서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검토' 의사를 밝혔고, 러시아도 '상응 조치'를 거론하는 등 상호 강수로 맞서면서 한·러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이 러시아산 우라늄 연료에 의존하는 데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한수원이 러시아산 연료 구매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 9일 센트루스와 합의서 서명식에서 "이번 합의를 통해 안정적 신규 원전 연료 공급자 확보에 한 발 더 다가갔다"며 "향후 SMR 등에 필요한 연료도 선제적으로 확보할 기회를 만든 점도 뜻깊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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