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전기차 전환'…유럽 업체들 계획 속속 연기
저가 모델 부재에 충전소 부족 등 현실적 어려움 때문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유럽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로의 완전한 전환 계획을 속속 연기하고 있다.
저렴한 전기차 모델을 내놓기가 어려운 데다 충전소 확대도 늦어지고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부과도 예상되는 등 전기차 사업이 총체적 난관에 봉착했다는 평가다.
볼보자동차는 최근 변화하는 시장에 "실용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이유로 2030년부터는 전기차만 생산하겠다는 종전 계획을 포기했다. 대신에 최대 10% 정도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폭스바겐과 포드, 메르세데스 벤츠 등도 유럽에서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는 당초 목표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팀 어쿼트 자동차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10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현재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전동화 목표 연기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본다"면서 "업계 전반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연기관 기술 투자를 중단했던 많은 업체가 투자를 계속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전시장에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각국 정부가 전기차 구매를 장려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것도 점점 더 문제가 되고 있다고 어쿼트는 주장한다.
영국의 경우 올해 신차 판매량의 22%를 무공해 차량으로 해야 한다는 의무를 도입했다. 도로에서 오염물질을 발산하는 차량을 줄이겠다는 것이 목표다.
오는 2035년까지 이 비율을 매년 올려 100%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어쿼트는 "정부와 제조업체 모두 일종의 실용주의가 필요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조업체가 규제 당국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판매를 해야 하는 업체들이 더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 소비자가 무엇을 사고자 하는지 파악하는 곳은 제조업체인데 모두가 예상했던 것만큼 전기차를 원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ING의 운송 및 물류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 리코 루만은 최근 연구 노트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지난 몇 년 동안 보았듯이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점점 더 많은 압박을 받고 있으며, 내수 시장에서 총 신차 판매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업체가 전기차로의 전환을 연기하기로 한 결정은 "매우 불확실한 환경에서 수익성과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유럽의 전기차 판매 둔화는 여러 가지 이유에 기인하며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업계의 방향성은 변하지 않았으며, 제품 포트폴리오 개편에 대한 투자는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계속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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