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멀어지는 독일·폴란드…노르트스트림에 국경 갈등
투스크 총리, 독일 방문 취소…"국경통제 받아들일 수 없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독일을 방문하려다가 갑자기 취소했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사건 수사를 둘러싼 불협화음에 독일의 국경통제 방침이 더해지면서 폴란드 새 정부 출범 이후 가까워지던 양국 관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일간 베를리너차이퉁에 따르면 투스크 총리는 오는 12일 독일 포츠담에서 열리는 'M100 상수시 콜로키움 미디어상' 시상식에 불참하고 아담 보드나르 법무장관을 대신 보내기로 했다.
투스크 총리는 당초 시상식에 직접 참석해 비오사 오스마니사드리우 코소보 대통령과 함께 상을 받기로 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도 축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
유럽 전문매체 유락티브는 양국 관계가 최근 몇주 사이 냉각됐다며 투스크와 숄츠 가운데 누가 먼저 일정을 취소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두 나라는 지난해 12월 폴란드에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가 들어선 뒤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위원장 출신인 투스크 총리는 우파 민족주의 성향의 옛 법과정의당(PiS) 정권 시절 파탄 지경에 이른 대유럽 관계 회복에 적극 나섰다.
두 나라는 지난 7월 초 바르샤바에서 양국 총리와 장관들이 참여하는 정부간 회의를 열기도 했다. 투스크 총리는 당시 양국 간 해묵은 갈등 요인인 제2차 세계대전 배상에 대해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분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폴란드에 머무르던 노르트스트림 폭파사건 용의자가 독일의 체포 요청에도 지난달 초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로 도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국 관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폴란드는 독일이 솅겐조약 가입국 간 일종의 수배자 명단인 솅겐정보시스템(SIS)에 용의자 인적 사항을 입력하지 않아 체포할 근거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수출에 불만을 품은 폴란드가 용의자를 비호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폴란드를 포함한 모든 주변국 국경을 통제하겠다는 독일의 계획도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투스크 총리는 이날 독일의 국경 강화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영향을 받는 다른 나라들과 협의하겠다고 반발했다.
독일 정부는 불법 이민과 테러 위험을 막겠다며 오는 16일부터 6개월간 프랑스·룩셈부르크·네덜란드·벨기에·덴마크와 국경도 통제한다고 전날 밝혔다.
폴란드와 국경에는 지난해 연말부터 이미 경찰관을 배치해 검문하고 있었다. 이 조치는 당초 올해 연말까지 계획했으나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독일(올해 6월 기준 117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96만명의 피란민을 수용했다. 이 때문에 유럽 다른 나라들에 '고통 분담'을 요구해 왔다. 여기에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사회 불안을 일으키려고 난민을 모집한 뒤 자국으로 밀어낸다고 주장하며 동쪽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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