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 "대리모에도 자녀 면접권 부여해야"

입력 2024-09-10 19:51
영국 법원 "대리모에도 자녀 면접권 부여해야"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에서 남자 동성 부부에게 난자를 제공하고 아기를 낳아준 대리모에게도 이 자녀에 대한 면접권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와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고등법원은 대리 출산을 의뢰한 동성 부부가 대리모와 아들(3)의 관계 단절을 위해 낸 소송에서 대리모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43, 36세인 동성 부부는 2018년 친구를 통해 대리모를 소개받았고 대리모는 부부 중 한 명의 정자로 임신해 2020년 아들을 낳았다.

영국에서 대리모는 합법이며 대리모가 난자를 제공할 수도, 기증받은 난자를 사용할 수도 있다.

법정에서 대리모는 출산 7시간 후 아기를 부부에게 넘겼고 출생증명서에는 세 명이 함께 서명했다.

대리모와 동성 부부는 대리 출산 계약 당시 대리모가 6주마다 아이를 만나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리모와 부부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영국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친권인 '법적 부모 자격'은 대리모에게 있고, 대리 출산 의뢰자가 부모 자격을 넘겨받으려면 법원에 결정을 청구하거나 입양해야 한다.

부부는 대리모와 이런 절차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다가 대리모와 아들의 관계를 끊기 위해 소송전을 벌였다.

부부는 대리모가 아들과 자신들의 관계를 불안정하게 하고 있으며 온라인에 익명으로 동성애 혐오적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대리모는 아이를 직접 키우는 부모 역할을 할 의향은 없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이가 부부 슬하에서 잘 크고 있다면서도 대리모도 아이 인생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많은 대리 출산 계약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지만 이번 사건은 계약이 깨졌을 때 생길 수 있는 어려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 당사자인 부부와 대리모에게 "관련된 모든 어른을 묶는 한 가지는 아이의 복지이므로 적절한 심리치료를 받아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라"고 당부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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