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한림원장, 관용차 사적 이용…허위 회의록 만들고 골프도(종합)
한림원 "사실인정"…해외 출장 부풀려 골프·관광 의혹도
과기정통부 "변명 여지없어…직원 파견해 문제 살필 것"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정부 예산 지원을 받는 과학기술계 석학단체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원장과 부원장 등이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회의와 출장을 부풀려 골프와 관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운영 전반을 살피고 보완할 부분을 확인하면서 이 과정에서 나오는 사안은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1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유욱준 과기한림원 원장은 2022년 취임 이후 주말과 공휴일, 추석 등 업무 외 시간에 관용차량을 수십 차례 이용했다.
관용차 톨게이트 사용내역에 따르면 최소 28건 이상 사적 유용 사례가 확인됐으며 골프장 이동에도 관용차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 원장은 관용차의 차고지를 한림원으로 해야 함에도, 평소 경기 성남 자택에 관용차를 주차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0월 5일에는 허위로 회의록을 작성하고 골프를 치러 간 것도 모자라 골프 참석자들에게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유 원장, 이창희 한림원 총괄부원장 및 5명의 학부장은 이날 경기 성남 한림원회관에서 제3차 학부별 과학기술 정책제안 어젠다 발굴 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20만원의 회의 수당을 받았다.
하지만 한림원 내부 결재에는 5일 한림원 5개 학부장 간담회 개최를 위해 원장과 총괄부원장이 1박 2일 일정으로 강원도 속초에 출장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관용차량 운행일지에는 이날 오전 7시 45분에 이미 강원도 양양으로 떠났던 것으로 나타나 한림원에서 했다는 회의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원은 이런 의혹에 대해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유 원장과 이 총괄부원장 등 6명이 지난 1월 22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한·말레이시아 과기한림원 공동심포지엄에 다녀오며 일정을 부풀려 빈 시간에 골프와 관광을 한 정황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들은 해외 출장 시 동행하는 직원도 배제한 체 21~23일 공식 출장을 하며 23일 간담회 등을 열었다고 했지만 23일에 간담회가 열렸다는 증빙자료는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실이 입수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기록에는 골프장 위치를 공유하고 23일 골프장에 가자는 이야기와 함께 관광조와 운동조로 구분해 방을 배정했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 원장 측은 23일 간담회가 열린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의혹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문제를 살피고 시정조치 혹은 운영 보완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은 10일 서울 종로구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관련 질문에 "문제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며 "문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정조치하거나 운영을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은 빠른 시일 내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주 내로 소관 과에서 직원들이 가 상황을 확인하고 운영과 관련해서 보완할 것"이라며 "일부 경영과 관련돼 나오는 내용이 국가 석학 과학자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림원은 기초연구 진흥 등을 위해 설립한 사단법인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관 단체로 분류된다. 예산 86억원 중 정부가 약 69억원을 지원한다.
shj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