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고지서' 탓…전기요금 인상 시기 다시 '저울질'
'200조 부채' 한전 재무위기 완화 위한 요금 인상 '불가피'
폭염에 8월 평균 전기료 13%↑…물가상승률 2%대에도 인상 '고심'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방침을 세운 가운데 올여름 무더위로 전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가계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자 요금 인상 시기를 다시 저울질하고 있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전기요금 인상 방침을 세우고, 구체적인 인상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의 재무 위기 극복을 위한 '정상화'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기준 총부채가 202조8천900억원에 달하는 등 심각한 재무 위기를 겪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물가 상승 우려를 의식해 한전이 2021∼2023년 원가 아래로 전기를 공급하면서 적자가 누적된 탓이다.
한전 부채는 2020년 132조5천억원 수준이었으나 2021년 145조8천억원에서 2022년 192조8천억원으로 급증한 뒤 지난해 202조4천500억원까지 불어나며 상승 곡선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2022년 이후 총 6차례에 걸쳐 kWh(킬로와트시)당 전기요금을 45.3원(44.1%) 인상하며 작년 3분기부터 일단 '역마진' 구조에서는 벗어났으나, 재무 위기 탈출에는 역부족이다.
대규모 부채로 작년부터 연간 4조원이 넘는 이자가 발생하면서 흑자를 내도 총부채가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자 비용으로만 2조2천억원이 나갔다.
한전의 재무 위기가 경영 실책 때문이라기보다는 물가 안정을 위한 요금 인상 억제에 따른 성격이 짙은 만큼 '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한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 확대 등에 따른 첨단산업 인프라 지원을 위한 전력망 등 투자를 위해서도 한전 경영 정상화는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AI 산업의 확대와 급속한 전기화로 인해 전력망 투자 비용은 기존 10차 설비계획에서 산출했던 56조5천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력망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한전의 현재 여건상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여름 전기요금'이 변수로 떠올랐다.
한전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달 역대급 폭염으로 전력 사용이 크게 늘어 주택 전기요금이 평균 13% 올라 고지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8월 주택용 전기요금은 평균 6만3천610원으로, 작년보다 7천520원 오를 전망이다.
최근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상승에 그친 것으로 발표되며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의 '적기'가 왔다고 판단했으나, 각 가정에서 평균 13% 오른 8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 것을 다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한전은 폭염기 전기요금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한국의 전기요금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8월 한국의 주택용 가구당 평균 사용량인 363kWh를 사용했을 때 전기요금은 한국이 6만3천610원이지만, 일본은 13만5천625원, 프랑스는 14만8천57원, 미국은 15만9천166원, 독일은 18만3천717원으로 한국의 2∼3배에 달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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