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역서 우파 총리 임명 항의 시위…"민주적 쿠데타"
낭트, 보르도, 니스 등 150곳서 좌파·청년 단체 주도 집회
극우 정당은 "우리 없인 아무것도 못 해" 으름장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셸 바르니에 총리를 임명한 데 항의하는 집회가 좌파 진영을 중심으로 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열렸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이날 아침 프랑스 서부 낭트와 라발, 서남부 보르도, 남부 니스 등을 시작으로 전국 150곳에서 하루 종일 바르니에 총리 임명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는 좌파 연합 내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와 청년 단체들을 중심으로 조직됐다.
낭트 시위에 나선 LFI의 앙디 케르브라트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의 바르니에 총리 임명을 "민주적 쿠데타"라고 비난하며 "국가 봉쇄를 조직하자"고 촉구했다.
시위대는 "유일한 해결책은 탄핵", "바르니에 반대, 카스테트 찬성"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내 행진에 나섰다. 카스테트는 좌파 연합이 총리 후보로 내세운 인물이다.
보르도에서도 시내 중심 광장에서 '마크롱 쿠데타 반대'라는 구호 아래 시위가 벌어졌다.
수도 파리에서도 이날 오후 2시 바스티유 광장에서 집회가 시작됐다. 파리 시위엔 전국 중등학생 연합 소속 회원들도 참여했다.
이날 항의 시위에는 좌파 연합 내 공산당과 녹색당도 참여했다. 다만 온건 성향의 사회당은 당 차원에서 시위 참여를 촉구하진 않았다.
주요 노조도 이날 시위에 참여하지 않고 내달 1일 별도로 정부 항의 집회를 열기로 했다.
경찰은 이날 파리 4천∼8천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3만명이 넘는 시위대가 거리에 나설 것으로 파악했다.
좌파 연합, 특히 극좌 정당 LFI는 마크롱 대통령이 총선 결과 1위를 차지한 좌파 연합을 무시하고 지난 5일 우파 공화당 출신 바르니에 총리를 임명하자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LFI의 마농 오브리 유럽의회 의원은 이날 프랑스2에 나와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며 "이 분노는 나뿐만 아니라 투표에 참여한 수백만 명의 프랑스 국민의 분노"라고 성토했다.
마린 통들리에 녹색당 대표도 BFM TV에서 "좌파라고 자칭하면서 바르니에 정부에 참여하는 사람은 진정한 좌파가 아니다"라며 녹색당에서는 아무도 바르니에 정부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리 임명 과정에서 사실상 '심사위원' 역할을 한 극우 국민연합(RN)도 새 정부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바르니에 총리는 의회와 민주주의에서 핵심적인 정치 세력이 된 RN의 민주적 감시하에 있다"며 "이제는 RN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회 내 3세력인 RN은 바르니에 정부가 자신들을 정치 세력으로 존중하고, 이민과 안보 문제를 중요시한다면 불신임안에 찬성하지 않겠다고 조건을 걸었다.
바르델라 대표의 발언에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는 "마크롱과 그 친구들은 좌파 연합에 통치권을 주고 타협을 시도할 수 있었지만, 그러는 대신 RN의 감시 아래 놓이길 선택했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서 저격했다.
좌파의 비판과 극우의 감시 속에 정부 구성 작업에 나선 바르니에 총리는 전날 여당과 우파 공화당 인사들을 만난 데 이어 이날은 야엘 브룬 피베(여당 르네상스) 하원 의장과 회동했다. 그는 오후엔 취임 후 처음으로 파리 시내의 네케르 병원을 찾아 의료진과 만나는 현장 행보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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