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구독서비스' 부담 커져…스트리밍·쇼핑서 배달까지
무료배달 '배민클럽' 오는 11일부터 월 회비…쿠팡·티빙 등 요금 줄인상
일부 소비자 "요금 인상에 매달 빠져나가는 돈 감당 안 돼"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2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지난달 쿠팡 와우멤버십에서 탈퇴했다. 월회비가 약 8천원으로 3천원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최씨는 예전에는 월회비를 내고 쿠팡과 마켓컬리에서 식재료를 사고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영화를 봤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418470]에서 전자책도 구독했다. 하지만 지금은 매달 이용요금을 내는 것은 넷플릭스와 마켓컬리뿐이다.
최씨는 "매달 빠져나가는 돈이 감당이 안 돼 지금은 필요한 서비스를 하나씩만 남기고 다 줄였다"고 말했다. 최씨는 배달의민족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 무료배달 혜택이 있는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이 며칠 후 유료화하기 때문이다.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구독경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에서 전자상거래, 음식 배달까지 수많은 분야에서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는 업체가 늘고 있는 가운데 최씨처럼 일부 소비자는 고물가 시대에 점점 올라가는 구독 서비스 이용료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와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동영상을 보면서 쿠팡으로 생필품과 식료품을 주문하는 소비자라면 매달 구독료로 나가는 돈이 작년보다 1만1천350원 많은 3만6천원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은 각각 4천원과 4천450원 올랐고 쿠팡은 2천900원 인상됐다.
음식 배달 시장의 약 60%를 점유한 배민은 멤버십 '배민클럽'을 오는 11일부터 유료화한다. 유료화에 따라 소비자가 알뜰배달을 무료로 이용하려면 회비를 내야 하는데 정상요금은 월 3천990원이다. 배민클럽 유료화 후 적지 않은 이용자가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배민 측은 "사전 가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구독 서비스는 '락인(Lock-in) 효과'(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효과)로 멤버십 혜택 축소나 요금 인상이 있더라도 쉽게 다른 대안으로 전환하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쿠팡은 지난달부터 로켓배송 무료배송 등 혜택이 있는 와우멤버십 가격을 월 7천890원으로 60% 가까이 올렸다. 쿠팡에서 탈퇴하는 이용자가 많을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으나 아직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 와우멤버십 이용자는 지난해 말 기준 1천400만명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 요금은 2021년 12월까지만 해도 월 2천900원으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 값도 되지 않았으나 두 차례에 걸쳐 5천원이 올라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월 4천900원에 쇼핑 등에 최대 5%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각 가정에서 많이 이용하는 구독 서비스인 동영상 스트리밍 요금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외에서 스트리밍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합성어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다.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유튜브 등 스트리밍 업체가 앞다퉈 가격을 올렸다.
티빙은 지난해 12월 월 구독료를 스탠더드 기준 1만3천500원으로 2천600원 올린 데 이어 지난 5월 연간 구독권 가격을 20% 인상했다.
넷플릭스는 작년 말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는 요금제 중 가장 싼 월 9천500원짜리 '베이식 멤버십'의 판매를 중단했다. 신규 가입자는 광고가 붙지 않은 영상을 보려면 최소 1만3천500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해야 해 넷플릭스가 사실상 요금을 4천원 올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넷플릭스는 또 한 가구 내에 함께 살지 않는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면 매달 5천원을 추가로 내게 했다.
디즈니+도 지난해 11월 기존 멤버십 가격을 월 1만4천원으로 4천원 인상했다.
유튜브는 지난해 말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를 1만5천원으로 4천450원 인상했다.
한 이용자는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유튜브 프리미엄까지 봐서 매달 5만∼6만원이 나가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는 "넷플릭스는 저렴한 광고 요금제로 쓰고 디즈니플러스는 친구들과 계정을 공유하는데도 동영상과 음악 앱에 한 달에 3만원 넘게 쓴다. 주변에 5만원 정도 쓰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딜로이트가 지난달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는 1개월 사이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 지출한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18∼34세의 55%가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했고 35∼54세는 그 비율이 52%를 기록했다.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매달 고정 비용이 들더라도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는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예를 들어 넷플릭스에서 영화 하나하나 볼 때마다 돈을 내면 비용이 훨씬 많이 들 거다. 구독제는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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