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에 구멍 '숭숭'…"美보다 중국서 엔비디아칩 임대 저렴"
FT "中중소업체, 미국 10달러보다 싼 시간당 6달러에 A100 서버 빌려줘"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반도체·인공지능(AI)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허점이 많다는 평가가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보다 중국에서 엔비디아 칩을 빌리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복수의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의 A100 프로세서 8개로 구성된 서버 기본 구성과 관련, 중국의 중소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4곳이 현지 고객사들에 시간당 6달러가량에 임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중소업체들은 동일 구성에 대해 시간당 10달러 정도를 받는 만큼 중국 기업들의 임대 가격이 40%가량 저렴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한 중소 클라우드 업체 관계자는 "엔지니어 인건비와 전기요금이 저렴하고 업계 경쟁은 치열하다"면서 중국 내 저렴한 비용 덕분에 웃돈을 주고 밀수한 가격 요인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트댄스·알리바바 등 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은 중국 소규모 업체들보다 2∼4배 가격에 공급하는데, 할인을 적용하면 시간당 15∼32달러 수준인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비슷하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대기업들은 규정 전수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불리한 점이 있다"면서 "대기업들은 밀수된 칩을 쓰려하지 않지만 중소업체는 덜 신경 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시장에 H100 칩이 10만개 이상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소식통들은 또 이러한 상황에 대해 상당 규모의 엔비디아 칩이 중국에 공급되고 있으며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우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AI 거대언어모델(LLM) 훈련에 사용되는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 가운데 A100은 2022년 가을부터 중국 수출이 금지됐고 H100은 중국 수출이 허용된 적 없다. 하지만 중국에서 A100과 H100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이커머스 사이트나 전자제품 시장에서는 외국보다 약간 비싼 가격에 대놓고 이들 칩을 팔고 있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엔비디아 칩은 책 한권 정도 크기인 만큼 밀수도 비교적 쉽다는 평가가 나오며, 다른 스타트업 창업자는 "일본에서 밀수한 공급업체로부터 H100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중국 온라인상에서는 엔비디아의 H100 플러그인 카드를 3만1천∼3만3천 달러에 판매 중이며, 광둥성 선전의 화창베이 전자제품 시장의 소매상들은 그보다 저렴한 2만3천∼3만 달러에 팔고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가격 인하를 거쳐 고객사들에 H100 칩을 2만∼2만3천 달러에 파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들은 말레이시아·일본·인도네시아 등의 거래상이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엔비디아 칩과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서버를 들여오는 경우가 흔하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기업의 계열사가 해외에서 첨단 AI 칩을 구매하는 것은 금지됐지만, 중국 회사 관계자들이 일본·말레이시아 등 외국에서 새로운 회사를 세우고 구매하는 식의 우회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측은 "주로 잘 알려진 협력사들에 제품을 판매하며 이들은 모든 판매가 미국의 수출 통제 규정을 준수하도록 우리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제품은 많은 중고 채널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면서 "물건이 팔린 뒤 우리가 해당 제품을 추적할 수 없지만 어떤 고객이 미국 수출 통제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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