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이티에 600억원 지원…"치안 안정 속 내년 대선 치러져야"
블링컨 국무, 포르토프랭스 방문…"유엔서 국제사회 원조 독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미국 정부가 갱단 폭력 사태로 심각한 정치·사회 위기를 겪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 새로운 인도주의적 지원을 약속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포르토프랭스를 찾아 게리 코닐 총리와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중요한 순간에 아이티에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며, 4천500만 달러(600억원 상당) 예산 지원 계획을 밝혔다고 AFP·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황폐화한 아이티에는 인도주의적 지원과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달 유엔 총회 기간 장관급 회의를 소집해 아이티 측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원조를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티가 확실한 민주주의 궤도로 돌아오기를 원한다"며 "이는 내년에 (대통령) 선거 치러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수십년간 빈곤과 자연재해,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려온 아이티에서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 피살 이후 갱단 준동에 혼란이 거듭하고 있다.
유엔 관리 출신의 게리 코닐 총리와 과도위원회는 2026년 2월 7일 전까지 새 국가 지도자에게 국정 운영권을 넘기기 위한 대선을 준비하는 한편 케냐 주도 경찰력 지원을 바탕으로 한 치안 안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2015년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 이후 포르토프랭스를 찾은 미국 정부 최고위급 당국자라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그는 이날 삼엄한 경비 속에 무장 장갑차를 타고 보안 통제가 이뤄지는 미국 대사관저로 이동하는 등 동선을 최소화했다. 대사관저에 도착한 뒤 "보안은 앞으로 도모해야 할 모든 일의 기초"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지난 6월 취임한 코닐 총리는 "앞으로의 과제는 매우 복잡하지만, 우리 파트너들이 협력한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현지에는 케냐 주도의 경찰력이 아이티 군·경과 함께 포르토프랭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전을 진행 중이다. 한때 포르토프랭스 80%가량이 갱단 영향력 아래에 놓였던 것으로 유엔은 분석한 바 있다.
국제이주기구 등 통계에 따르면 극심한 사회 불안과 식량 부족에 집을 등진 아이티 '국내 실향민'은 6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실향민은 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통상적 거주지나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으나 국경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을 뜻한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아이티 이웃인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이동한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사용하다 정비를 위해 옮겨진 항공기를 미국 당국에서 압류해 온 곳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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