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대물림되던 해변 파라솔 장사 경쟁 입찰하기로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앞으로 이탈리아 해변의 음식점과 비치파라솔, 선베드 등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전날 내각회의에서 해변 수익시설 면허를 2027년 9월까지 공개 입찰에 부치는 법안을 승인했다.
정부는 해변 수익시설 면허가 자동 갱신에서 경쟁 입찰로 바뀜에 따라 서비스 품질이 개선되고 바가지 상술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이탈리아 해변의 음식점과 바, 비치파라솔·선베드 대여점 등 수익시설은 전통적으로 그 지역의 특정 가족이 소유·경영한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면허가 자동으로 갱신됐기에 사업이 대물림됐다.
이탈리아 해변 리조트 협회(FIBA)는 이탈리아 해변 수익시설의 약 98%가 가족 경영이라고 추정한다.
이처럼 한번 면허를 따면 '땅 짚고 헤엄치기'로 장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기본적으로 공공의 영역에 속하는 면허권이 사유화됐다는 비판과 함께 정부가 면허 입찰을 외면함으로써 그만큼 세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유럽연합(EU)은 2006년부터 경쟁 입찰을 요구했지만 이 문제는 내각을 구성하는 정당 간 첨예한 견해차로 공전을 거듭돼왔다.
전임 마리오 드라기 정부는 오랜 논의 끝에 2024년까지 면허 공개 입찰을 도입하기로 했지만 2022년 10월 집권한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를 연기했다.
집권 우파 연합은 면허를 입찰에 부칠 경우 대부분이 자금력이 있는 외국계 회사에 넘어가 오히려 공정 경쟁을 해친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여왔다.
수십 년간 유지한 면허를 양도해야 하는 가족 업체에 대한 보상 문제도 걸림돌로 들었다.
그러나 실상은 중요한 정치 자금 후원자인 해변 상인들의 눈치를 보느라 제도 개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시각이 많다.
이번에도 연립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어 상·하원을 순조롭게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면허 경쟁 입찰을 요구하며 이탈리아 정부와 약 20년 동안 줄다리기를 벌였던 EU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에릭 마메르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단계"라며 "정부가 중요한 결정을 내렸으니 이제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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