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테러' 52주기에 獨 이스라엘 공관 인근 총격전(종합3보)
보스니아계 오스트리아 국적 18세 용의자 사살…"IS 연루 전력"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뮌헨 테러' 52주기인 5일 오전(현지시간) 독일 뮌헨의 이스라엘 영사관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께 뮌헨 카롤리넨 광장 인근에 있는 나치 문서센터 건물 앞에서 총검이 달린 장총을 든 용의자가 경찰과 총격을 주고받다가 사살됐다.
용의자는 오스트리아 번호판이 달린 차를 타고 나치 문서센터에 도착한 뒤, 차에서 내려 경찰 초소를 향해 총격했다.
인근에 사무실을 둔 베네딕트 프랑케 뮌헨안보회의(MSC) 부의장은 일간 빌트에 "오전 9시 10분 갑자기 큰 소리가 났고 최소 12번의 총성을 들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용의자를 오스트리아 국적 18세 남성으로 확인하고 이스라엘 영사관을 겨냥한 테러 미수로 간주해 동기를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영사관은 나치 문서센터에서 100m 떨어져 있다.
요아힘 헤르만 바이에른주 내무장관은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보스니아에 뿌리를 둔 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경을 고려하면 종교적 동기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스라엘 영사관 공격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뮌헨 경찰은 용의자를 사살한 뒤 헬기와 장갑차를 투입해 범행 장소 주변과 용의자가 이용한 차량에 폭발물이 있는지 수색했다. 오스트리아 경찰도 이날 오후 잘츠부르크 외곽 노이마르크트 마을의 용의자 거주지를 압수수색해 증거를 확보했다.
독일 매체 슈피겔과 오스트리아 일간 슈탄다르트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수사당국은 지난해 용의자의 휴대전화에서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선전물을 확인했다. 당국은 테러조직 가담 혐의로 수사한 뒤 2028년까지 무기 소지를 금지했으나 기소하지는 않았다.
이날은 1972년 뮌헨올림픽 당시 팔레스타인 테러조직 '검은 9월단'이 올림픽선수촌에서 이스라엘 선수단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인 날이다. 당시 독일 경찰이 진압작전에 나섰으나 선수와 코치 등 이스라엘 국적자 11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총격전이 벌어질 당시 영사관이 닫혀 있었으며 영사관 직원 피해는 없다고 전했다.
뮌헨 주재 이스라엘 영사관은 지난 5월 말에도 총알을 담은 유리병이 날아드는 위협을 받은 바 있다.
론 프로소르 독일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림픽 테러가 일어난 날 뮌헨에서 다시 총성이 울렸다"며 "독일인과 이스라엘인이 함께 테러를 당하고 있으므로 같이 맞서 싸워야 한다"고 적었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심각한 사건이라며 유대인과 이스라엘 시설 보호가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경찰은 뮌헨 시내 유대교 회당(시나고그) 등 이스라엘 관련 시설 경비를 강화했다.
뮌헨 테러 당시 독일 경찰의 진압작전이 실패로 끝난 뮌헨 외곽 퓌르스텐펠트브루크 공군기지에서는 이날 뮌헨 테러 52주기 추모행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총격 사건으로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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