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이 인질 중 3명 석방 대상이었다…"네타냐후가 죽인 것"
"네타냐후 새 요구로 협상 좌초…필라델피 회랑 주둔 내용 포함"
'네타냐후 정치생명 연장용 협상 지연론' 확산…커져가는 민심 분노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하마스에 납치됐던 인질 6명이 11개월 만에 주검으로 돌아오면서 이스라엘 민심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3명이 지난 5월 작성된 휴전 협상 초안의 석방 대상 명단에 포함됐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들이 살아돌아올 수 있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새로운 요구를 추가하면서 협상이 좌초돼 결국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미국 CNN방송은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히브리어 일간지 예디오트 하로노트가 관련 문건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멜 가트, 에덴 예루살미, 허쉬 골드버그-폴린 등 최소 3명은 지난 5월 27일 작성된 휴전안 초안에 따른 석방 대상이었다. 이 가운데 골드버그-폴린은 미국 이중국적자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7월 25일까지만 해도 협상 타결이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같은 달 27일 새로운 휴전 조건을 추가했고 하마스가 이에 반발하면서 협상은 결국 무산됐다.
휴전 협상 과정에 정통한 이스라엘 소식통도 인질들이 사망한 것은 네타냐후 총리의 요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소식통은 CNN에 "두 달 전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 과정에 장애물을 만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며 "인질들은 그의 고집으로 죽었다"고 말했다.
당시 이스라엘이 추가한 요구 사안 가운데는 이집트와 가자지구 국경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의 통제권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네타냐후 총리는 필라델피 회랑 주둔을 전략적 필수 사항이라고 보고 병력을 철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외신 기자회견에서도 필라델피 회랑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하마스는 텔레그램을 통해 이를 "합의 도출을 방해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휴전 회담에 정통한 한 이스라엘 소식통은 CNN에 "네타냐후가 필라델피 회랑에 남아야 한다고 고집한 순간, 그것이 협상 타결의 걸림돌이 되리라는 것은 매우 분명했다"고 말했다.
CNN은 이스라엘 현지 언론의 이런 보도가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의도적으로 협상을 무산시켰다는 그간의 비판에 힘을 싣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의 극우파들은 그가 전쟁을 끝내는 합의를 수용하면 연정을 무너뜨리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연정이 붕괴하면 네타냐후 총리는 실각할 수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CNN에 예디오트 하로노트 보도에 언급된 문건의 존재는 인정했지만, 협상에 새로운 조건을 추가했다는 내용은 부인했다.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이번 보도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으며 인질 석방 기회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민심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인질들이 주검으로 발견된 이후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 주요 도시에서는 나흘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인질 및 실종자 가족 포럼은 "인질들이 주검으로 돌아온 것은 네타냐후가 협상을 방해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인질에 대한 연대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더 이상 착용하지 말라고 요구했고, 이스라엘 의회 의원들 집 앞에 모여 협상 타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텔아비브에서는 이스라엘군(IDF) 키르야 본부 밖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eshiny@yna.co.kr
하마스, 인질 6명 사망전 모습 공개…"여기서 죽고 싶지 않아"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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