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건축법 대상 주택사업 부지 종부세 논란

입력 2024-09-05 10:13
[서미숙의 집수다] 건축법 대상 주택사업 부지 종부세 논란

30가구 이상 사업승인 대상 토지엔 종부세 부과 안해…건축법 대상은 부과

업계 "300가구 미만 주상복합, 30가구 미만 아파트 세 부담"…개선 촉구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강원도에서 주상복합아파트 200가구를 짓기 위해 사업 용지를 매입한 중소건설업체 A사는 지난해 건축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5천200만원 상당의 종합부동산세를 냈다.

시공사 선정과 공사비 인상 문제로 착공이 지연돼 금융비용 부담이 급증했는데, 종부세까지 내려니 부담이 컸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올해는 공시가격 인상으로 종부세액은 작년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승인 대상 아파트 사업부지는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데 왜 주상복합아파트와 같은 건축허가 대상은 똑같은 아파트 부지인데도 종부세를 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5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주택건설사업자가 주택건설용으로 취득한 토지여도 어느 법을 따르느냐에 따라 종부세 부과 기준이 다르다.

30가구 이상 사업계획승인 대상 아파트는 5년 내 주택법에 따른 사업계획승인을 받는 조건으로 종부세 합산배제가 되고, 승인 이후에는 분리과세 대상으로 분류돼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시장의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을 통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해준 것이다.

그러나 사업계획승인 대상이 아니라 건축법을 적용받아 짓는 300가구 미만 주상복합아파트와 30가구 미만 아파트나 빌라(다세대·연립) 등은 이런 특례가 없다.

취득 시점부터 주택을 건설해 분양 계약자들에게 소유권 이전을 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사업자에게 종부세가 부과된다.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나대지 등 토지가 아닌 멸실 예정인 주택을 매입할 때는 주택 상태에선 종부세 합산배제가 가능하지만, 주택을 멸실해 토지 상태가 되면 다시 종부세가 부과된다.

그렇다 보니 소규모 사업이 많은 주택업계는 같은 주택사업인데 형평에 어긋난다며 볼멘소리다.

300가구 미만 주상복합이나 30가구 미만 나홀로 아파트도 같은 주택인데 한쪽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소 주택업계는 과도한 종부세가 소규모 아파트와 빌라 등 비아파트 건설 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건축법 대상의 사업 부지에 종부세를 부과해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법 개정 요구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주택업계와 시행업계의 위기감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한다.

공사비와 인건비 등 물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시공사 선정부터 착공까지 어려움을 겪는 중소 업체들이 많은데 세 부담이라도 줄여달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말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재구조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정리 대상 사업장 300여곳의 대다수가 소규모 개발 시행사나 중소 건설사의 사업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은평구에서 아파트도 아니고 빌라 12가구를 짓는데 2년간 종부세 1억2천만원을 냈다"며 "최근 공사비 부담이 커지고 빌라 시장 침체로 분양도 안되다 보니 사업자 입장에선 종부세 부담이 과거보다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1·10대책이나 8·8대책 등 대대적인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도 사업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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