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서방 파괴적 행동, 핵 교리 개정에 반영할 것"
"겨울철 우크라 에너지 시설 타격, 군이 필요에 따라 결정"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는 서방이 러시아에 가하는 '파괴적 행동'을 핵 교리(독트린) 개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소위 '집단 서방' 국가들에 촉발한 도전과 위협을 배경으로 (핵 교리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방의 파괴적 행동에는 '대화 거부', '러시아 이익과 안보를 침해하는 정책 추구', '우크라이나 분쟁 조장' 등이 포함되며 이러한 행동에는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러시아에서 고려되고 분석되며 앞으로 형성될 (핵 교리 관련) 제안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서방에 강하게 요구하는 터라 이를 의식한 경고로도 보인다.
이와 관련,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공격할 것이 명백하다며 "이 모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 수준이 지속해서 높아지는 경향이 보이며 그것이 한계에 도달하고 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핵 사용 원칙을 담은 핵 교리를 개정할 계획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러시아의 현재 핵 교리는 적의 핵 공격이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을 받을 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는 또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 교체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대대적인 개각이 평화 협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도 미국의 대러시아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분명히 무엇이든 변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차기 정부 구성에 따라 일부 미묘한 차이(뉘앙스)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겨울철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는 우리 군의 필요에 달린 문제로, 그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에너지 시설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군사 잠재력과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 있을 수 있다"며 "우리 군은 특별군사작전을 성공적으로 계속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날 ICC 가입국인 몽골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선 "러시아는 ICC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ICC가 러시아와 파트너 국가들의 관계 발전을 제한할 수 없고 앞으로도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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