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청정구역' 남극 조류·포유류에서 조류인플루엔자 검출

입력 2024-09-04 05:00
[사이테크+] '청정구역' 남극 조류·포유류에서 조류인플루엔자 검출

英 연구팀 "H5N1 바이러스 남미서 유입…감시·바이오 보안 조치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지구상의 주요 지역 가운데 최근까지 유일하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HPAIV)가 검출된 적이 없는 남극의 다양한 조류와 포유류가 H5N1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동식물 보건국(APHA) 애슐리 반야드 박사팀은 4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남극과 주변 지역에서 수집한 검은눈썹앨버트로스와 남극물개 등의 표본에서 H5N1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조류인플루엔자의 지리적 확산 범위가 남극까지 확장됐음을 의미하며 이 외딴 지역에 서식하는 야생동물들도 조류인플루엔자라는 생태학적 위협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독특한 생태계로 유명한 남극은 세계 다른 지역의 야생동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많은 전염병으로부터 격리돼 왔고 최우선 보존 지역으로 꼽혀왔지만, 기온 상승으로 새로 유입되는 병해충이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2022년~2023년 여름 동안 남극과 남극권의 주변인 사우스조지아섬, 포클랜드제도 등에 서식하는 다양한 조류와 포유류의 표본을 채취, 유전자 분석을 통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조사했다.



처음 H5N1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2023년 10월 8일 사우스조지아섬 버드아일랜드에서 채취한 남극 도둑갈매기(brown skua)의 표본이었다.

연구팀은 이후 사우스조지아 가마우지, 남극제비갈매기 등 조류와 남극코끼리물범과 남극물개 등 해양 포유류에서 채취한 표본에서도 잇따라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검출했다.

하지만 당시 검사를 한 킹펭귄 한 마리와 남방바위뛰기펭귄 한 마리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 결과 바이러스가 남미에서 이동해 온 철새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바이러스가 사우스조지아섬과 포클랜드제도 등 지역과 이곳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물 종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극 야생동물들은 H5N1처럼 이전에는 없던 병원체에 더 취약할 수 있다며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에 미치는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감시와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바이오 보안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Ashley Banyard et al., 'Detection and spread of high pathogenicity avian influenza virus H5N1 in the Antarctic Region',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4-51490-8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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