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힘' 8월 수출 11.4%↑…15개월 연속 무역흑자(종합)
반도체 수출 119억달러로 8월 중 역대 최대…韓 수출의 20% 담당
대중·대미 수출 모두 100억달러 넘기며 '순항'…EU 수출 역대 최대
안덕근 산업장관 "韓, 상반기 세계 10대 수출국 중 수출증가율 1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한국의 올해 8월 수출이 작년보다 11.4% 증가하면서 11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 흐름이 이어졌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앞세운 반도체 수출은 120억달러에 육박하며 한국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담당했다.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 자동차 수출이 소폭 감소했으나 50억달러를 넘기며 '수출 효자' 역할을 이어갔다.
대중(對中) 수출은 6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웃돌며 2개월 연속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 자리를 지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8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했다.
◇ 반도체 끌고·자동차 밀고…'캐즘' 영향 전기차 수출 감소
8월 수출액은 579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1.4% 증가했다. 이는 역대 8월 중 최대 수출 실적이다.
월간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플러스로 전환된 뒤 11개월 연속 같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5대 주력 수출품 중에서는 반도체 등 7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고, 자동차 등 8개 품목은 감소했다.
인공지능(AI) 수요 급증과 신규 스마트폰 출시 등 정보기술(IT) 전방 산업 수요 확대 영향으로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8월 반도체 수출액은 119억달러로 작년보다 38.8% 증가했다. 이는 역대 8월 중 최대 수출 실적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반도체 수출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역대 2위를 유지하다가 8월 역대 1위에 처음 등극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50% 이상을 유지한 데 이어 8월에도 40%에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하며 한국 수출을 견인했다.
8월 반도체 수출 중 HBM을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73억달러로 72% 증가했다. 시스템 반도체 수출은 41억달러로 작년보다 3% 증가했다.
다른 IT 제품 중에서는 컴퓨터 수출이 14억8천만달러로 183.2% 증가하며 유일하게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고, 무선통신기기는 18억1천만달러로 50.4% 증가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이 각각 45억3천만달러, 41억8천만달러로 1.4%, 6.9%씩 증가했다. 바이오헬스 제품 수출도 12억8천만달러로 39.0% 증가하며 수출 증가에 힘을 보탰다.
특히 고부가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의 수출 증가로 8월 선박 수출은 작년보다 80.0% 증가한 28억4천만달러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반도체에 이은 '수출 효자' 자동차의 8월 수출은 50억7천만달러로 작년보다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 속에 8월 한국의 전기차 수출도 6억1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12억2천만달러)과 비교해 반토막 났다.
이와 함께 일부 자동차업체의 생산라인 현대화 작업과 임단협 관련 부분파업 등에 따른 가동률 하락이 수출에 영향을 준 것으로 산업부는 분석했다.
다만 8월 자동차 수출액은 역대 8월 중 지난해에 이어 2위를 기록해 여전히 한국 수출에서 효자 역할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신규 출시 스마트폰 사전 판매 감소 등 영향으로 디스플레이 수출이 4.9% 감소하고, 일반기계(-5.9%), 가전(-4.9%), 섬유(-4.8%), 이차전지(-4.5%), 자동차부품(-3.5%), 철강제품(-1.7%) 수출은 전년 대비 감소했으나 감소 폭은 크지 않았다.
◇ 中·美, 韓 수출 '쌍끌이'…EU 수출 7개월만에 '플러스' 전환
지역별로는 한국 수출의 양대 축인 대중·대미(對美) 수출 모두 10% 안팎의 증가세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이 2개월 연속 한국의 최대 수출국 지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대중 수출은 작년보다 7.9% 증가한 113억5천만달러로 지난 3월 이후 6개월 연속 100억달러 이상 수출 기록을 이어갔다.
전통적인 대중 수출 중간재인 반도체(20.7%), 디스플레이(19.8%), 무선통신(70.8%) 등 IT 품목의 수출 증가가 대중 수출을 견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미 수출도 11.1% 증가한 99억6천만달러로 역대 8월 중 최대를 기록하며 13개월 연속 월별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대미 수출에서는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 수출이 전기차 캐즘 등의 영향으로 소폭(-5.7%) 감소했으나, 반도체(134.5%), 컴퓨터(332.8%) 등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수출 실적을 강하게 이끌었다.
올해 1∼8월 누적 대중 수출은 862억달러로 미국(847억달러)을 제치고 2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작년 12월 이후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대미 수출 호조로 상반기(1∼6월)까지는 대미 수출(643억달러)이 대중 수출(634억달러)보다 많았으나, 7월과 8월 다시 대중 수출이 월간 실적과 누적 기준에서 모두 대미 수출을 앞질렀다.
대(對) 유럽연합(EU) 수출도 작년보다 16.1% 증가한 64억달러를 기록하며 7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이는 역대 월간 기준 최대 실적이다.
대EU 수출은 선박, 무선통신, 컴퓨터 등 IT 품목 수출 증가가 이끌었다.
중국, 미국과 더불어 한국의 주력 수출 시장인 아세안 수출도 1.7% 증가한 98억2천만달러로 100억달러에 육박하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8월 한국의 9대 주요 시장 중 수출이 감소한 곳은 중동(-2.6%) 한 곳뿐이었다. 인도(2.3%)는 5개월 연속, 일본(6.8%), 중남미(29.4%), 독립국가연합(CIS·11.2%)은 2개월 연속 각각 수출 플러스를 이어갔다.
◇ 8월 누적 흑자 306억달러로 6년 만에 최대…산업장관 "수출 총력 지원"
한국의 8월 수입액은 540억7천만달러로 작년 대비 6.0% 늘어났다.
석탄(-11.4%) 수입은 감소했으나 원유(30.1)와 가스(5.7%) 수입이 늘어나면서 전체 에너지 수입이 17.3% 증가했고, 반도체, 석유제품 수출과 밀접한 반도체(19.0%), 납사(19.5%) 등의 수입이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8월 무역수지는 38억3천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월간 무역수지는 작년 6월 이후 1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올해 1∼8월 누적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306억달러로, 지난 2018년(448억달러)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흑자 규모는 지난해 전체 적자 규모인 103억달러의 3배 수준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세계무역기구(WTO)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은 글로벌 상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수출 증가율인 9.1%를 기록하고, 8월에도 역대 8월 중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수출 실적 달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또 "최근 해상운임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중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출 확대를 위해 연말까지 가용한 자원을 집중해 민관 원팀으로 수출 총력전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d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