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윳돈 줄자 가계소비 '뚝'…내수 부진에 하강하는 경기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 16개월 연속 감소…역대 최장
경기동행지수, 지지부진한 내수에 3년 5개월 만에 최저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박원희 기자 = 내수가 지지부진하면서 최근 경기 흐름도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
이는 고금리·고물가에 가계 여윳돈이 줄어드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음식점을 포함한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는 지난 7월 101.9(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2.3% 감소했다.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지수는 작년 4월부터 16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역대 가장 긴 기간이다.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지수는 기존 소매판매지수에 음식점업 서비스까지 포함해 작성한 지표로, 불변지수는 가격 변동분을 제거한 기준이다.
상품소비에 가계 소비와 밀접한 외식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지수로서 실질소비의 동향을 엿볼 수 있는 셈이다.
부문별로 보면 소매판매는 작년 6월(1.4%)과 올해 2월(0.9%)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2022년 9월부터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음식점업 및 주점업은 작년 5월부터 감소세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2022년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기록한 뒤엔 지지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내수 부진의 배경에는 팍팍한 가계 살림이 있다.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인 흑자율은 지난 2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 하락세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이자비용 등 비(非)소비지출을 뺀 값을, 흑자액은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까지 차감한 값을 각각 말한다.
흑자율의 감소는 가계소득에서 이자비용과 소비지출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쓰고 남은 '여윳돈'의 비중은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고금리·고물가에 가계의 여윳돈이 줄고 악화한 가계의 소비가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가계의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내수 부진에 경기마저 꺾이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산출하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7월 98.4로 전달보다 0.6포인트(p) 하락했다.
5개월째 하락세로 수준 자체는 2021년 2월(98.2) 이후 3년 5개월 만의 최저치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100보다 밑이면 경기가 추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표는 지난 2월(100.1) 이후 5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다.
구성지표(계절요인·불규칙요인 제거)별로 보면 건설기성액(-2.4%), 내수출하지수(-1.7%), 소매판매액지수(-0.4%), 서비스업생산지수(도소매업 제외·-0.1%) 등 주로 내수 지표가 전월보다 감소했다.
내수 위축이 경기 전반의 활력마저 떨어뜨리는 양상인 것이다.
정부는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증가 등을 근거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내수에서 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다며 대책으로 이를 보강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정브리핑에서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며 "성장의 과실이 국민의 삶에 더 빨리 확산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은 선제적 금리 인하인데 이는 무산됐고 인하는 빨라야 10월"이라며 "금리 인하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에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하반기 경제는 생각했던 것보다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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