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서 '머스크 기업' 시련…스타링크 계좌동결·엑스 철수(종합)
'가짜뉴스 차단 조처 미준수' 놓고 대법과 대립…엑스 "언론자유 보호"
머스크, 대법원장 원색 비난…"브라질서 스타링크 무료 서비스 제공"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가 경영하는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철퇴를 내렸다.
'가짜뉴스' 논란과 관련해 특정 계정을 차단하라는 법원 명령을 엑스 측에서 '언론 자유'를 내세워 이행하지 않은 것을 두고 브라질 사법부가 강경대응에 나서면서 '머스크 기업'과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브라질 대법관은 이날 엑스에 부과한 벌금 납부 집행 절차를 위해 브라질 스타링크 금융계좌의 동결을 명령했다고 브라질 현지 매체 G1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두 업체 경영과 관련해 "일론 머스크의 지시를 받는 사실상의 경제 그룹"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G1은 전했다.
앞서 브라질 대법원은 지난 4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정부 시절 가짜 뉴스와 증오 메시지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디지털 민병대'(digital militias)의 행위에 대해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특정 계정을 차단하라고 엑스에 명령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헌법적 쟁점에 대한 판단을 하는 한국 헌법재판소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
엑스 측은 그러나 언론 자유를 내세우면서 브라질에서 인기 있는 특정 계정들을 차단하도록 "강요받았다"고 반발하며, 지난 17일 브라질에서의 사업 철수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브라질 대법원은 버티는 엑스에 대해 "법률 대리인을 선임하라"고 통보했고, 이에 불응할 경우 하루에 2만 헤알(470만원 상당)의 벌금을 매기겠다는 취지의 문서를 우편으로 송달했다.
브라질 관련법에 따르면 SNS 플랫폼 업체는 브라질에 반드시 법률 대리인을 둬야 한다고 G1은 보도했다. 이를 위반하면 업체 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
엑스 글로벌 대관업무팀은 브라질 대법원에서 법적 조처 이행 시한으로 명시한 이날 오후 8시 7분(브라질리아 기준)을 조금 넘긴 시각 공식 엑스 계정에 "우리는 불법적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엑스는 앞으로도 언론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적었다.
머스크도 자신의 엑스 계정에 지모라이스 대법관을 겨냥, "폭군", "독재자", "법관으로 가장한 최악의 범죄자"라고 지칭하며 비난한 데 이어 "스타링크 금융 계좌 동결은 명백히 불법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엑스는 브라질에서 널리 쓰이는 온라인 소통 도구 중 하나다.
특히 각종 선거 유세 과정에서 정치인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거나 경쟁자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브라질은 오는 10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지모라이스 브라질 대법관과 머스크는 이미 지난 수개월간 '엑스 차단' 법적 명령 수용 여부를 두고 공개적으로 갈등을 겪어 왔다.
스타링크는 이번 주 초 계좌 동결과 관련한 브라질 법원의 문서를 받았다며 "브라질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 절차를 우리에게 제공하지 않은 채 비밀리에 결정이 내려졌다"고 반발했다.
스타링크 측은 브라질 대법원 결정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덧붙였고, 머스크는 별도로 "문제 해결 시까지 브라질 스타링크 이용자에게 무료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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