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사업장 9.7%가 구조조정 대상…"경공매 대상 2배로"

입력 2024-08-29 14:00
수정 2024-08-29 16:45
부동산 PF 사업장 9.7%가 구조조정 대상…"경공매 대상 2배로"

금융권 PF 부실채권비율 11.2%…반년 만에 6.1%p 치솟아

금융당국 "건설사·시행사 영향 제한적…시스템 리스크 우려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율 오지은 기자 =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 잣대를 엄격하게 한 결과, 전체 사업장의 9.7%가량이 구조조정 대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공매 대상인 부실우려 등급으로 분류된 사업장은 전체의 6.2%가량으로 당초 예상보다 2배로 늘어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부동산 PF 연착륙 점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부동산 PF에 대한 금융사의 사업성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정부는 지난 5월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을 위해 사업성 평가 분류를 3단계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하고, 사업성이 가장 낮은 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해 경·공매 절차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금융권의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금융권은 강화된 잣대에 따라 지난 6월 말 기준 연체나 연체유예, 만기연장 3회 이상 사업장 등 부실 가능성이 높은 33조7천억원 규모의 1차 평가 대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업성 평가를 실시했다.

평가 결과 구조조정 대상에 해당하는 유의(C등급), 부실우려(D등급) 여신은 21조원으로 전체 금융권의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216조5천억원 중 9.7% 수준으로 집계됐다.

유의·부실우려 부동산 PF 사업장 중 공사가 진행 중인 본PF까지 진전된 경우는 4조1천억원에 그쳤고, 브릿지론이 4조원, 토지담보대출이 12조9천억원에 달했다.



업권별 구조조정 대상 부동산 PF 사업장은 상호금융 등이 9조9천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저축은행 4조5천억원, 증권 3조2천억원, 여신전문금융업권 2조4천억원, 보험 5천억원, 은행 4천억원 순이었다.

1차 평가 대상 사업장을 제외한 182조8천억원 규모의 나머지 사업장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유의·부실우려 여신은 2조3천억원으로 나타났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이를 합할 경우, 전체 구조조정 대상 PF사업장 비중은 10.8%까지 높아질 수 있다.

경·공매 대상으로 분류되는 부실우려사업장은 전체의 6.3%, 13조5천억원으로 정부의 지난 5월 예상치 2∼3%, 7조원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브리핑에서 "당초 부실우려 등급이 2∼3%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6% 수준이 나온 것은 올해 상반기 PF 연체율이 특히 토지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속히 상승하면서, 신규 부실이 새로 들어왔다기보다는 기존에 연체에 걸렸던 부분들이 좀 더 악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성 평가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기존 악화우려 사업장은 금융사가 대출액의 30%가량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했던데 반해, 부실우려 사업장은 충당금을 회수의문 수준인 75% 수준으로 쌓아야 함에 따라 금융권의 1차 평가대상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6조7천억원에 달했다.



유의·부실우려 여신이 늘어나면서 PF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작년 말 5.1%에서 지난 6월 말 11.2%로 6.1%포인트(p) 치솟았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마련 중인 재구조화·정리계획이 이행되면 하반기에는 이 비율이 안정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금융권에서 대손충당금 적립이 확대됐음에도 증자 등에 따라 자본 비율이 전 분기 말에 비해 상승하고, 최저 규제 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금융사가 없어 금융사에 대한 전반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금융당국은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유의·부실우려 여신 대부분이 브릿지론이나 토지담보대출이라며 공사가 진행 중인 본 PF 규모는 크지 않아 건설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에 참여 중인 시행사는 대부분(93.1%) 1개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을 보유 중이어서 연쇄 부실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 부원장보는 "건설사들의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 대형건설사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시스템 리스크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내달 6일까지 재구조화·정리계획을 확정하면, 내달 말부터 매달 사후관리 이행실적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2배로 늘어난 경·공매 물량도 ▲ 3개월 이상 연체채권 대상 ▲ 1개월 주기로 6개월 내 공매 완료 ▲ 합리적인 최저입찰가 설정과 조정 등 경·공매 원칙에 따라 내달 중순부터 본격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또 1차 평가대상 사업장 외에 전체 사업장에 대해 9월 말 기준으로 사업성 평가를 실시하고, 연말부터는 상시평가 체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정상(양호·보통)으로 평가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만기연장 등 자금공급을 차질 없이 해 해당 PF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 부원장보는 "현재 경·공매 물량이 나와 있기는 한데, 아주 활발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에 정리계획을 제출하면서 9월 중순부터는 활발하게 경·공매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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