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주총리 막아라"…독일 급진좌파 BSW 킹메이커 부상
'AfD 텃밭' 튀링겐·작센 내달 1일 선거…포퓰리즘 신생정당 몸값↑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텃밭인 튀링겐과 작센에서 내달 1일(현지시간) 주의회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 결과에 따라 사상 첫 극우 주총리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연립정부 구성이 필수인 정치지형상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극우 집권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자 오히려 이념적으로 정반대에 있는 급진좌파 신생 정당이 킹메이커로 떠올랐다.
28일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에 따르면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 AfD는 튀링겐 30%, 작센 32%로 각각 선두를 달리고 있다. 중도보수 성향 기독민주당(CDU)이 튀링겐 21%, 작센 30%로 각각 2위를 기록했다.
AfD는 내달 22일 주의회 선거를 치르는 브란덴부르크에서도 지지율 24%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옛 동독 지역이자 극우가 득세하는 이들 3개주 총선은 내년 9월 연방의회 총선 이전 마지막 주요 선거여서 민심의 가늠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관심은 튀링겐에 쏠려 있다. 주도 에르푸르트를 비롯해 바이마르·예나·고타·아이제나흐 등 유서 깊은 도시들이 있는 이 지역이 AfD의 근거지여서다. 튀링겐 AfD 대표이자 주총리 후보로 나선 비외른 회케는 신나치를 연상시키는 선동적 언사로 악명 높다. 그는 선거 유세와 당내 행사에서 나치 구호를 사용한 혐의로 올해만 두 차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지역 정치권에서 활동하면서도 중앙당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와 함께 AfD의 극우 성향을 상징하는 인물로 통한다. 그가 이끄는 튀링겐 AfD는 헌법수호청에 의해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AfD가 의석수 과반을 차지해 단독으로 주정부를 꾸리지 않는 한 극우 주총리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CDU를 비롯한 대부분 정당이 AfD와는 연립정부 구성을 협상하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좌파 포퓰리즘 정당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이 선거 이후 연정 구성과 주총리 선출의 키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좌파당에서 독립해 올해 초 공식 창당한 BSW는 튀링겐에서 지지율 20%, 작센 15%로 각각 3위를 달리고 있다.
튀링겐의 경우 AfD와 BSW의 지지율을 합하면 50%다. 지지율대로면 좌우 극단에 있는 두 정당만으로 주정부를 구성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 경우 회케가 튀링겐주 총리가 된다.
BSW는 공산주의자를 자처하는 경제학자 출신 정치인 자라 바겐크네히트가 지난해 좌파당을 탈당해 만들었다. 급진좌파로 분류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러시아 정책, 이민자 문제 등 핵심 이슈에서 AfD와 일부 입장을 공유한다. 두 정당 의원들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줄이라며 지난 6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방의회 연설에 나란히 불참했다.
보수 진영은 BSW를 사실상 좌익 극단주의 정당으로 본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지난 6월 "우리는 그런 우익 극단(AfD)이나 좌익 극단(BSW) 정당과는 협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옛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당내에서도 반발을 샀다. AfD의 제1당 등극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정치권은 선거 승리보다 극우 주총리 저지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메르츠 대표는 지난 24일 BSW와 연대 가능성이 지역 당원들 손에 달려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BSW는 벌써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독일 배치 취소를 연정 구성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바겐크네히트 대표는 AfD와 연정 구성 가능성을 배제하면서도 "개별 입법에서는 협력할 수 있다"며 미묘한 입장을 내비쳤다.
독일 주의회 선거와 주정부 구성은 연방 차원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16개 주정부 대표단으로 구성된 연방 상원이 하원을 통과한 법안을 심사해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방 상원 69석 가운데 튀링겐·작센·브란덴부르크에 배정된 의석은 각각 4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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