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印 등 아시아 두자릿수 청년 실업률, 경제 위협 '시한폭탄'
작년 중국, 인도, 방글라 청년실업률 16% 육박…선진국보다 높아
아시아 개도국 '발전 사다리' 끊긴 것이냐는 질문도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중국과 인도 등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국가에서 청년 실업률이 두 자릿수로 치솟아 지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의 청년 실업률이 지난해 16%에 육박했고, 이어 인도네시아 13.9%, 말레이시아 12.5%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 데이터로 15∼24세의 실업률을 추산한 것이다.
특히 방글라데시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6.5%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청년 실업률은 최소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이들 아시아 국가에서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15∼24세 인구는 3천만명에 달한다.
ILO에 따르면 이는 해당 연령대 세계 청년 실업자 6천500만명의 절반에 가깝다.
아시아 지역의 청년 실업률은 미국, 일본, 독일 등 부유한 국가에 비해 높다.
반면 청년의 약 4분의 1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부 유럽 국가보다는 양호하다.
대규모 제조업 기반을 갖추지 못한 국가들로선 두 자릿수 청년 실업률이란 경제 발전에 비상등이 켜진 것과 같은 상황이다.
WSJ은 이달 방글라데시에서 벌어진 사태의 주 원동력은 희망이 감소하는 데 대한 분노라고 평가했다.
방글라데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는 대규모 시위대의 압박에 15년 이상 잡고 있던 권력을 포기했다.
인도에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인도국민당(BJP)은 올해 선거에서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모디 총리가 선거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주요인으로 취업난을 꼽았다.
인도 청년 실업률은 지난 수년간 하향 추세이지만 여전히 세계 평균보다 높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청년의 5분의 1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자 청년 실업률 통계 공개를 잠시 중단했다.
WSJ은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률이 전체 평균보다 높은 경향이 있지만 특히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는 발전 사다리가 끊긴 것이냐는 질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는 세계 의류 공장 역할을 하며 빈곤에서 벗어났지만, 전자, 반도체, 중장비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돋움하지 못해서 더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발전을 이뤄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초고효율 중국과 경쟁해야 하고, 미국 등 선진국은 생산 시설을 국내로 들여오려고 애쓰는 중이며, 자동화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이에 더해 대학 진학이 확대되면서 노동 수요와 공급간 불일치가 생겨나고 있다. 대졸자들이 선호하는 사무직 직업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에선 25세 미만 대학 졸업자의 40% 이상이 실업 상태인데 초등학교를 마치지 못한 같은 연령대 실업률은 11%에 그친다.
방글라데시에선 2022년 기준 대졸자 실업률이 전체의 3배에 달한다. 다카 대학 도서관에는 공무원 시험 합격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실업자 동문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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