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흉칙한 검은 관' 반마피아 활동가 위협한 伊 범죄조직
마피아 조직 '카사모니카' 소행 추정…"협박받아도 계속 싸울 것"
로마 시장, 연대 표명 "정의 위한 헌신 지지…그의 편에 설 것"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이탈리아의 반(反)마피아 활동가인 티치아나 론치오는 지난 25일 로마 외곽 토르 벨라 모나카 지역에 자리한 자택 앞에서 흉물스러운 검정색 관을 발견했다.
놀란 이웃 주민들이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 보냈지만 론치오는 처음에는 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러나 정보원의 말을 듣고서는 자신을 위협하기 위해 범죄단체가 보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 CNN 방송은 27일(현지시간) 론치오의 집 앞에 놓여있던 관은 인근 지역에서 활동하는 마피아 조직인 '카사모니카'가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론치오는 카사모니카의 주 근거지가 있던 토르 벨라 모나카의 이름을 딴 '토리퓨벨라'라는 반마피아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카사모니카는 1970년대 처음 존재가 확인됐다.
갈취, 공갈, 고리대금업, 살인 등에 연루돼있으며 조직원은 1천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지난 2015년 로마 시내 한복판에서 호화 장례식을 열어 유명해졌다.
이탈리아 당국은 당시에도 이미 카사모니카를 범죄 조직으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조직의 보스였던 카사모니카 비토리오의 장례식이 보란듯이 화려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헬리콥터가 장미 꽃잎을 흩날리고 영화 '대부'의 주제곡이 연주되는 가운데 치러진 비토리오의 장례식은 가뜩이나 로마 공무원들이 마피아와 결탁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상황에서 공권력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과거에도 여러 조직원을 고발해온 론치오는 집과 사무실이 부서지고 위협적인 말들이 적힌 쪽지를 전달받은 적이 많았다고 한다.
심지어 집 앞에 대변을 놓고 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관은 처음이었다.
이런 위협을 "멍청하다"고 표현한 론치오는 이런 일로는 자신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런 바보 같은 행동은 우리를 더 화나게 하고 싸우고 싶게 한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로마 경찰은 관에서 지문을 채취할 수 있는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론치오가 받은 끔찍한 위협에 대해 위로를 표한다"며 연대 의사를 밝혔다.
구알티에리 시장은 이어 "론치오가 토르 벨라 모나카의 많은 정직한 시민과 수년간 해온 소중한 일들은 협박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로마시는 정의를 위한 그의 헌신을 지지하며 그의 편에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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