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무기 러 본토 타격 허용 놓고 대러전선 균열

입력 2024-08-28 09:51
서방무기 러 본토 타격 허용 놓고 대러전선 균열

영국·프랑스 "제한없는 공격" vs 미국·독일 "확전 우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서방제 장사정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자유롭게 때릴 수 있게 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구와 관련해 서방 진영의 입장이 둘로 갈리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일찌감치 제한 없는 공격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굳힌 반면 미국과 독일은 유보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어서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최장 300㎞ 바깥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서방제 장사정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올해 초 제공한 육군전술유도탄체계, 이른바 ATACMS 미사일이 대표적이다. 영국과 프랑스도 양국이 공동 개발한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프랑스명 SCALP-EG)를 작년부터 우크라이나에 지원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더해 사정거리 500㎞의 독일제 타우러스 공대지 순항 미사일도 원하고 있지만, 독일 정부는 관련 요청을 거듭 거부해 왔다.

문제는 이런 무기를 갖고도 방어 목적 이외로의 사용이 막혀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군에 걸린 제한을 아는 러시아군은 자국 본토 후방 깊숙한 곳에서 장사정 미사일과 활공폭탄 등을 이용해 국경 넘어 우크라이나군을 일방적으로 때려왔다.



지난 6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로 진격하는 '역습'을 감행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이 무기 사용 제한을 풀어줬다면 굳이 러시아 본토 공격이라는 위험한 선택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장사정 미사일들에 더해 최근 인도가 개시된 미국제 F-16 전투기에 대해서도 러시아 본토 폭격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 중이다.

러시아 본토의 군 공항과 보급거점, 지휘부 등을 자유롭게 때릴 수 있게 된다면 국경 인근 지역의 방어가 쉬워질 뿐 아니라 다른 전선에서도 러시아군으로부터 받는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는 게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이다.

FT는 "우크라이나는 자체 개발한 항속거리 1천㎞의 무인기로 러시아 후방 공항과 무기고, 연료저장고, 방공체계 등을 성공적으로 공격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서방제 무기는 더 빠르고 정확하며 더 많은 폭발물을 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총리를 필두로 한 독일 정부는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번 전쟁이 러시아와 서방의 전면전으로 번지더라도 영향이 제한적일 다른 서유럽 국가들과 달리 유럽 내 최대 미군기지가 있는 독일은 동유럽 국가들과 함께 '러시아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입장차의 배경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은 과거 우크라이나에 처음 무기를 지원했을 때와, 서방제 탱크 혹은 전투기 지원을 결정했을 때마다 우려가 제기됐지만 러시아는 확전 위협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달 초 브리핑에서 "우리는 확전을 우려한다"면서 "러시아가 뭔가에 반응하지 않았다는 게 미래에도 그렇게 할 수 없거나 하지 않을 것이란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는 서방제 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낼 가능성이 있다고 FT는 진단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이 선제적으로 제한을 해제한다면 미국도 결국은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 매체는 "이전 사례들에서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이 여전히 주저하는 상황에서 먼저 움직였다. 두 나라는 가장 먼저 서방제 탱크 지원을 약속했고, 작년에는 미국이 ATACMS 지원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장거리) 순항 미사일을 제공했다"고 짚었다.

영국은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러시아 해군기지와 군함들을 공격하는데 자국산 스톰섀도 미사일을 쓸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은 크림반도 공격에 반대했으나, 올해 초에는 우크라이나군이 미제 ATACMS 미사일로 크림반도 내 목표물을 때리는 등 입장변화가 감지되는 상황이라고 FT는 덧붙였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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