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긴 中 반도체 소재 수출제한…서방기업 타격 우려
유럽 내 갈륨·게르마늄 가격 거의 2배로 올라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에 대한 중국의 수출 통제가 시행 1년을 넘긴 가운데, 이로 인해 서방의 반도체 공급망이 타격을 입고 있으며 생산량 감소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중국의 수출 통제로 지난 1년간 유럽 내 갈륨·게르마늄 가격이 거의 2배로 올라갔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갈륨·게르마늄은 첨단 반도체를 비롯해 태양광 패널, 광섬유 제품, 야간투시경 등 군사·통신용 장비 부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를 보면 중국은 전 세계 갈륨·게르마늄 생산량의 98%, 6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8월부터 국가 안보와 국익을 내세워 이들 금속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이는 미국 주도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에 대한 대응조치 성격이다.
기업들이 수출 허가를 받으려면 30∼80일가량이 걸리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불확실성 때문에 장기 공급 계약이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세관 자료를 보면 수출 통제 전 반기별 게르마늄 수출량은 평균 2만kg을 살짝 밑도는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하반기 1만3천514kg, 올해 상반기 1만2천410kg으로 줄었다.
평균 4만kg을 상회했던 갈륨 수출량은 지난해 하반기 1만6천kg, 올해 상반기 2만kg에 그쳤다.
한 업체 관계자는 중국으로부터 일부 대규모 갈륨 수입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중국의 수출 규모는 반토막 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상반기처럼 갈륨 수출을 줄이면 우리가 비축분을 다 쓰고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보제공업체 아르고스에 따르면 중국 내 게르마늄 가격은 6월 초 이후 52% 급등해 1kg에 2천280달러(약 303만원) 수준이며, 무역업체들은 중국이 게르마늄을 비축하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보고 있다.
무역업체 스트래티직금속투자 관계자는 "심지어 중국이 지금은 해외에 게르마늄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속 무역업체 트라디움 관계자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갈륨·게르마늄 물량이 과거 수입분의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중국 밖의 모든 부분에 추가적인 스트레스가 생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자문업체 트리비움차이나 관계자는 이러한 조치는 미국 주도의 대중국 압박에 대한 중국의 보복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중국이 특정 지역으로의 수출을 막으려면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자국 청정에너지 기술에 들어가는 소재 공급을 위해 수출을 통제하는 측면도 있다고 봤다.
한 반도체 소재 관련 기업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 등의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수출 통제를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미중 관계 등을 고려하면 중국이 수출 통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갈륨·게르마늄에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말부터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흑연에 대해 수출을 통제 중이다. 자국이 사실상 독점 중인 희토류 가공 기술에 대해서도 수출을 막았다.
다음 달 15일부터는 배터리·방염제·야간투시경·핵무기 등의 원료로 쓰이는 금속 안티몬에 대한 수출을 통제할 예정이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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