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검찰, 7명 숨진 호화요트 침몰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 개시

입력 2024-08-24 23:27
伊 검찰, 7명 숨진 호화요트 침몰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 개시

"용의자 특정 단계 아냐"…'인재' 여부는 선체 인양 후에 밝혀질 듯

"숨진 승객들, 에어포켓 찾아 헤맨듯"…모두 왼쪽 선실에서 발견돼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영국의 빌 게이츠'로 불렸던 오토노미 창업가 마이크 린치를 포함해 7명의 목숨을 앗아간 호화요트 베이지언호 침몰 사고에 대해 이탈리아 검찰이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를 개시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암브로조 카르토시오 검사는 24일(현지시간) 사고 현장 인근인 시칠리아섬 북부 팔레르모시의 테르미니 이메레세 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실치사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가 시작됐지만 현재 용의자를 특정한 단계는 아니며 혐의를 입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수사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이 단계에서는 수사가 어떤 식으로든 전개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카르토시오 검사는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선장과 승무원들이 시칠리아에 남아 있어야 하냐는 질문에는 "의무는 없지만 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침몰 사고에 대해서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침몰 원인으로 바다의 토네이도라고 불리는 용오름 현상이 꼽히지만 베이지언호 인근에 있던 다른 선박은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재'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무더위에 통풍을 위해 밤새 해치와 창문을 열어 놓았기 때문에 빠르게 침수되며 가라앉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카르토시오 검사는 정확한 침몰 원인은 베이지언호를 인양해야만 확인할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분명한 것은 침몰이 매우 빠르게 일어났다는 사실"이라며 "숨진 승객들은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에 요트에서 탈출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을 깨우거나 악천후를 경고한 승무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우리가 생존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인하고자 했던 내용"이라며 "이번 조사의 핵심 사항"이라고 답했다.



전장 56m의 호화요트 베이지언호는 선미 쪽으로 가라앉아 현재 수심 49m 아래에 오른쪽으로 누워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실종자 시신 대부분이 배의 왼쪽 선실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배 안에 갇힌 이들이 남아 있는 공기층(에어포켓)을 찾아서 그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AP 통신은 짚었다.

지롤라모 벤티볼리오 피안드라 팔레르모 소방청장은 "왼쪽 첫 번째 선실에서 첫 시신 5구가 발견했고, 마지막 시신은 왼쪽 세 번째 선실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시칠리아 해안경비대 소속의 라파엘레 마카우다는 이전 언론보도와는 달리 침몰 당일 폭풍 예보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인 라파엘레 캄마라노 역시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고 했다.

린치 아내 회사 소유의 베이지언호는 지난 19일 새벽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시 포르티첼로 항구에서 약 700m 떨어진 해역에서 정박 중 침몰했다.

탑승객 22명(승객 12명·승무원 10명) 중 린치의 아내, 한 살배기 아기를 포함해 15명만이 구조됐다.

선상 요리사의 시신이 침몰 당일 선체 주변에서 수습됐고, 나머지 실종자 6명은 전날까지 진행된 잠수부들의 선체 내부 수색 작업 끝에 차례로 시신으로 발견됐다.

실종자 중에서는 영국 금융인인 조너선 블루머 모건스탠리 인터내셔널 회장 부부, 국제로펌 클리퍼드 찬스의 미국 변호사 크리스 모르빌로 부부의 시신이 먼저 발견됐다.

이어 린치의 시신이 수습됐고, 마지막으로 린치의 18세 딸 해나의 시신이 전날 발견됐다.

린치는 2011년 미국 휼렛패커드(HP)에 오토노미를 110억달러(약 14조7천억원)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아 가택연금 상태로 재판받다가 지난 6월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탑승객들은 린치의 무죄 판결과 새 출발을 축하하는 선상 파티에 초대받은 이들이었다. 블루머 회장은 린치 측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했고 모르빌로는 린치를 대리한 로펌의 변호사였다.

린치의 딸 해나는 영국 옥스퍼드대 입학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