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에 잠 못이룬 밤…올여름 작년보다 시간대 전력 6% 더썼다
올해 최대수요 8월 20일 오후 8시 전력수요, 지난해보다 5.65%↑
기상 관측 이래 역대급 열대야 지속…냉방수요 증가에 전력 사용량 늘어난 듯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직장인 A씨는 올해 여름 낮에는 물론 심야 시간까지 에어컨을 틀어놓고 있다. 연일 '사상 최다' 기록을 경신 중인 열대야로 에어컨 없이는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에는 '누진세 폭탄'이 걱정돼 해가 지고 나면 에어컨을 껐지만, 올해는 높은 온도와 습도 때문에 에어컨 없이는 잠을 잘 수 없다"고 토로했다.
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 현상이 한 달 이상 지속하면서 오후 6시 이후 전력 수요가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여름철 오후 5∼7시 안팎으로 하루 전력수요 피크를 찍었지만, 무더위로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심야 시간대에도 높은 전력수요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제9호 태풍 '종다리'의 영향으로 국내 최대 전력수요가 97.1GW(기가와트)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20일 오후 8시 전력수요는 95.8GW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를 기록한 8월 7일 오후 8시 전력수요 90.7GW보다 5.65% 증가한 것이다.
실시간 전력수급을 총괄하는 전력거래소는 매일 한 시간 평균으로 시간대별 전력시장 내 수요를 잠정 집계하고 있다.
전력당국은 전력수요에 공급을 일치시키기 때문에 발전량(공급)이 곧 사용량(수요)이라고 볼 수 있다.
정확한 전체 전력 사용량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시간대별 평균 수요의 잠정 추계치만으로도 지난해보다 올해 확연히 증가한 전력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를 기록한 8월 7일과 올해 최대 수요를 기록한 8월 20일의 시간대별 전력수요를 비교해보면 오전 1시부터 그 다음 날 자정까지 시간대별 전력수요에서 올해가 작년보다 0.5∼0.7GW가량 앞섰다.
특히 저녁부터 시간대별로 보면 올해 8월 20일에는 오후 6시 96.6GW, 오후 7시 96.2GW, 오후 8시 95.8GW, 오후 9시 91.8GW, 오후 10시 86.9GW, 오후 11시 82.3GW, 자정 77.5GW 등으로 추계됐다.
지난해 8월 7일의 경우 오후 6시 92.9GW, 오후 7시 91.7GW, 오후 8시 90.7GW, 오후 9시 87.6GW, 오후 10시 83GW, 오후 11시 79.5GW, 자정 75.3GW 등으로 추계됐다.
태양광 발전량이 현격히 줄어들기 시작한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의 전력수요에서 올해가 지난해에 비해 최대 5.65%(오후 8시 기준) 늘어난 것이다.
통상 냉방기기 사용량이 떨어지는 오후 9시와 10시에도 올해 전력수요는 작년보다 각각 4.74%, 4.72%나 증가했다.
이 같은 전력수요 증가 현상은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역대급 폭염의 영향이 크다.
올해 동아시아 지역에 강하게 자리 잡은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머문 가운데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덮으면서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가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된 열대야가 절기상 처서(處暑)인 지난 22일 기준 연속 33일로 집계돼 사상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면서 무더위가 가신다는 처서에도 높은 습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일 최고 체감온도는 35도 안팎을 오르내렸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첨단산업 확대로 전반적인 전력수요는 증가하는 흐름이다.
올해 8월 20일에는 태풍 종다리가 북상하면서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전력시장 내 수요가 증가한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무더위로 밤 시간대에도 냉방기기 가동이 증가하면서 전력수요 증가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며 "다만 올해 여름철 피크에는 태풍의 간접 영향도 있어서 태양광 발전이 100% 성능을 발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wi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