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 지고 타석서 3루 뛰던…" 日언론도 교토국제고 우승 주목

입력 2024-08-23 17:06
"0-34 지고 타석서 3루 뛰던…" 日언론도 교토국제고 우승 주목

0-34 대패 당시 상대팀 선수 감독 부임으로 '전기' 마련 뒷얘기도

"한국어 교가에 반발 목소리도 일부 있어"…SNS에 혐한 글 올라오기도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23일 '여름 고시엔(甲子園)'으로 일컬어지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자 현지 언론은 이 학교가 야구부 창설 25년 만에 전국 정상에 서기까지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교토국제고는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직면했던 1999년 야구부를 만들어 일본 국제학교 중에는 처음으로 일본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다. 당시는 학교 명칭이 '교토한국학원'이었다.

교토국제고는 야구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부원 12명으로 그해 여름 지역대회에 출전했다가 전년 여름 고시엔에서 본선 결승까지 올랐던 강호 교토 세이쇼고교에 0-34라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김안일 교토국제고 야구부 후원회장은 부원들이 오합지졸에 가까웠던 당시를 회고하면서 "치고 나서 3루로 뛰는 아이도 있었다"며 최근 전국대회 성과를 믿을 수 없다고 마이니치에 말했다.

창설 5년 만에 지역대회 8강에 올랐지만, 그 이상의 성적을 올리지 못하던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이번 고시엔 우승을 이끈 고마키 노리쓰구 감독이 2008년 취임하면서 변화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현지 언론은 짚었다.

교토국제고가 대패했을 당시 상대였던 세이쇼고교 내야수였던 고마키 감독은 선수 개인별 실력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지도 방법은 운동장이 일반 야구장보다 훨씬 작아서 정상적인 훈련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기도 했다.

아사히는 "좁은 그라운드에서도 수비 연습은 할 수 있어서 기본부터 철저하게 단련한 것"이라고 전했다.

교토국제고는 올해 여름 고시엔 본선에서 투수들 역투와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6경기를 치르는 동안 6점만 내줬다.

아울러 2021년 여름 고시엔 본선에서 4강에 진출했을 당시 선수 중 일부가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각지에서 뛰어난 학생들이 학교로 모여든 것도 우승 이유 중 하나라고 마이니치는 분석했다.

아사히는 "봄·여름 고시엔을 통틀어 처음 우승한 교토국제고는 국제학교가 뿌리"라며 고마키 감독이 한국에서 야구 유학을 왔던 신성현 두산 베어스 전력분석원과 만난 이후 야구 지도법에 눈을 떴다는 사연도 소개했다.

고마키 감독은 일본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신 분석원을 가르치면서 동일한 교육법도 받아들이는 학생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느꼈고 혹독한 연습을 통해 선수들을 프로야구 선수로까지 길러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주요 언론은 교토국제고가 교토부에서 68년 만에 나온 고시엔 우승팀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면서도 한국과 관계가 있다는 점은 비중 있게 다루지는 않았다.

다만 연합뉴스를 비롯한 한국 언론이 이 학교 우승 사실을 속보로 전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교토국제고 교가에 대해 일본 일각에서 한국어 노래라는 이유로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주니치스포츠는 전했다.

데일리스포츠도 "가사에 있는 '동해'는 한국이 '일본해'의 호칭으로 주장하고 있는 말"이라며 지금까지 NHK 방송 중계에서 '동해'를 일본어로는 '동쪽의 바다'로 번역해서 표기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들이 지적과 비판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엑스(X·옛 트위터)에는 교토국제고 우승 이후 "교토국제고를 고교야구연맹에서 제명하는 것을 요구한다"라거나 "역시 한국어 교가는 기분이 나쁘다" 등 혐한에 가까운 글이 다수 올라왔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