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터널서 발견된 인질 시신 6구에 총상…처형 증거?
인질 가족 "살해당했을 것"…인질 협상 합의 촉구·전쟁 1주년 행사 보이콧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가자지구 남부 최대도시 칸 유니스의 하마스 지하터널에서 발견된 이스라엘 인질 6명의 시신에서 총상이 발견되면서 이들이 하마스 대원들에 의해 처형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과 외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국립 법의학 연구소인 아부 카비르 연구소는 지난 20일 칸 유니스의 지하 터널에서 발견된 인질 시신들을 검사한 결과 6구의 시신에서 총상이 발견됐다면서, 이들이 하마스 대원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인질 가족 모임도 시신에서 발견된 총상을 근거로 이들이 산채로 붙잡힌 뒤 터널 내에서 살해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채널12 방송에 따르면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인근에서 이스라엘군의 움직임이 포착되자, 이를 인질 구출 작전으로 인식하고 인질들을 처형했을 것으로 이스라엘군은 보고 있다.
다만, 연구소 측은 인질들의 정확한 사인을 특정하지는 않았으며, 인질 시신 인근에서 발견된 다른 4구의 시신이 하마스 대원들의 것인지도 확인하고 있다.
1주일 넘게 칸 유니스에서 인질 추적 작전을 벌여온 이스라엘군은 지난 20일 새벽 콘크리트 벽 뒤에 숨겨진 터널에서 6구의 시신을 찾아냈다. 또 인근에서는 하마스 대원으로 추정되는 남성 시신 4구도 나왔다.
이스라엘군은 시신이 발견된 터널 안에서는 하마스의 저항이 없었지만 인근 지역에서는 인질을 지키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테러범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인질들이 사망한 채 발견됐을 당시 그 책임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돌렸다. 이스라엘군도 인질 가운데 일부가 군사작전 중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부 현지 매체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터널 내부에 독성 물질이 가득 차면서 인질들이 질식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마스 무장대원들에 의해 납치된 지 10개월이 훨씬 지난 시점에 시신으로 발견된 인질들이 언제 사망했는지를 밝혀내는 것도 숙제다.
이번에 시신이 발견된 6명의 인질 가운데 5명은 이스라엘군이 이미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해온 인물들이다.
요람 메츠거(80)와 하임 페리(80) 등 2명은 지난 3월에, 그리고 나다브 포플웰(51)은 지난 5월에 각각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사망했다고 하마스 측이 주장한 바 있다.
인질 가족 모임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정부에 조속한 인질 석방 협상 타결을 촉구했다.
성명은 "협상이 결렬될 때마다 인질들이 목숨을 잃는다. 10개월 반 동안 지속된 전쟁 중에 인질들은 고통을 겪고 고문을 버텨내다가 죽어간다. 인질들은 협상을 통해서만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 모임은 또 "시신을 회수한 건 성과가 아니며 완전한 협상 실패의 증거"라며 "살아 돌아와야 할 6명의 인질이 관에 누워서 돌아왔다"고 개탄했다.
앞서 인질 가족 모임은 이스라엘 정부가 오는 10월 7일에 열 예정인 전쟁 1주년 행사도 거부하기로 했다.
가족 모임은 성명을 통해 "인질들을 귀환시키지 못한 이스라엘 정부의 명백한 무능은 그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하게 한다"며 "작년 10월 7일 이후 상황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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